유례없는 엔저 현상에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일본의 '인바운드(inbound)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인바운드란 원래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을 의미하는 여행 업계 용어다. 인바운드 수요를 겨냥한 각종 여행 관련 사업을 '인바운드 비즈니스'라고도 부른다. 반대로 '아웃바운드(outbound)'란 내국인의 해외 여행을 뜻한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식당과 호텔, 면세점 등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인바운드 소비'라는 표현을 따로 써가며 이들의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약 2506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이들 관광객의 여행 소비액은 2019년보다 9.9% 증가한 5조2923억엔(약 48조원)으로 역대 최고였고, 1인당 소비액도 21만2000엔(약 193만원)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외국인 여행객들의 소비액을 연중 5조엔, 1인당 소비액을 2025년까지 20만엔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는데, 이를 모두 앞당겨 달성했다. 2023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지만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인바운드에 의한 상승효과였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같은 인바운드 소비 확대는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엔저 현상 때문이다. 엔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150엔을 돌파할 만큼 가치가 하락했다. KOTRA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연간 평균 환율로 환산했을 때 1달러가 140엔이었던 2023년 방일 관광객의 소비액은 총 377억달러로 2019년(1달러=109엔) 441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엔화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현재 일본 엔화의 구매력은 1970년대 초반과 거의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체감물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그만큼 저렴한 셈이다.
JNTO가 최근 발표한 올해 1월 방일 외국인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인 268만8100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국가별로는 차이가 있어 한국인 관광객은 2019년 1월에 비해 10.0% 증가한 85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관광객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겨 41만5900명으로 집계됐지만, 2019년 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44.9% 줄어든 규모다. 대만과 미국, 호주 등에서 온 관광객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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