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1월 ‘車보험’ 수익성 빨간불

빅4, 1월 손해율 82.5%
차량 이동·인건비 증가 등 영향
올해 손해율 높아져 '적자전환' 예상

대형 손해보험사 빅4의 자동차보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이들의 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벗어났다. 게다가 최근 대형 손보사들이 정부의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차보험을 3% 내외로 내린 상황이라 올해 차보험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빅4의 차보험 손해율은 82.5%(4개 사 단순평균)로 전년 동기(79.7%) 대비 2.8%포인트 올랐다. 삼성화재(81.3%→83.5%), 현대해상(79.9%→84.5%), DB손해보험(78.9%→80%), KB손해보험(78.9%→82.1%) 등 빅4 손보사 모두 손해율이 상승했다. 이들의 국내 차보험 시장점유율은 86% 수준이다. 차보험을 취급하는 9개 손보사 전체로 보면 지난달 손해율은 86.8%로 전년 동기(80.9%) 대비 5.9%포인트 올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올라갈수록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줄고 손실이 늘어난다. 손보업계에서는 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78~80%로 본다. 통상 눈이 내려 차사고가 잦고 기온 강하로 잔고장이 자주 일어나는 1월에 손해율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엔 작년에 비해 교통량이 늘어 사고 건수가 증가했다"며 "차량 정비요금과 의료비 수가가 해마다 오른 것도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1월부터 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자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화재(2.8%), 현대해상(2.5%), DB손해보험(2.5%), KB손해보험(2.6%), 메리츠화재(3%) 등 대형 손보사들이 차보험료를 2.5~3% 내린 상황에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차보험 부문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빅4 손보사의 차보험 손해율은 79.8%로 흑자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정부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통상 보험사들은 1~2월 차보험 손해율을 보고 올해 전체 예상 손해율을 계산한 뒤 차보험 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을부터 차보험료를 내리라고 압박하면서 올해는 이런 부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차보험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손보사에 약 9조원의 적자를 안겨줬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다. 2017년 처음으로 266억원의 흑자를 낸 뒤 바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차량 사고율이 내린 몇 년간 겨우 흑자로 돌아선 상품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