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2.6%, 경제성장률 2.1%"
한은 전망치에 부합할 것
"국내 소비 부진 영향 클 것"
라스트마일·美금리가 통화정책 좌우
물가 라스트마일(목표까지의 마지막 구간)이 길어지고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차단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두 변수가 앞으로의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전환 시점을 결정한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수출 개선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은행의 지난 11월 전망치에 부합할 거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변수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물가상승률 역시 전망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아시아경제가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20명을 대상으로 지난 13~15일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소비자물가와 국제유가 둔화가 명확해져야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해질 것(11명)이라는 답변(중복 포함)을 내놨다. 지난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진행했던 설문조사 때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8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 또한 뒤로 연기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금리 인하가 미국보다 먼저 단행되기는 어려울 거라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에야 한은은 한미 금리차 축소를 위해 소극적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며 "실물지표 중 물가지표가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부동산 경기, 경제성장률 등을 답한 전문가도 각각 3명씩 있었다. 국내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를 꼽은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분야에서 불거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슈를 언급하며 "PF 구조조정의 추이와 결과에 따라 부동산 심리, 가격과 건설업황, 더 나아가 소비심리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건설 경기를 고려하면 통화완화 전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내수 부진에 물가·경제성장률 한은 전망치 유지
오는 22일 수정 발표될 올해 물가상승률의 경우 한은의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같은 2.6%로 전망한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한은은 "비용인상 압력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이후 공공요금 인상이 집중되고, 중동사태 등 추가 공급충격이 발생하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있었다"며 8월 전망치였던 2.4%에서 0.2%포인트 올렸다.
전망을 유지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안정,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약화 등을 꼽았다. 문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기존 예상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어 하방요인이 소폭 우세해 보이지만, 환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이를 일정수준 상쇄하고 있다"며 "1분기 중 2%대 후반, 2분기 중 2%대 중후반 이후 8월부터 2%대 초반 물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방 압력의 강도가 높다고 인식하며 전망치보다 낮은 2.4~2.5%를 예상한 전문가도 7명 있었다. 2.5%라고 답한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 서비스물가 강세 완화, 석유류 하락세로 상승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한은의 지난 11월 전망치와 같은 2.1%로 전망한 사람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한은이 수출 회복에도 국내 소비 모멘텀이 예상보다 더 약화할 것으로 보고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수치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대외변수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으나 올해 경제는 연착륙을 베이스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으며, 현재 전망에 큰 변화가 나타날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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