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지원금 진입요건 아닌 '가점제'로
최대 10점 가점따라 수십억원 차등 지급
"실질적으로는 무전공 강제와 다름없어"
정부가 올해 대입에서 무전공 비율을 의무화하지 않아도 지원금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섰지만, 대학가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전공 확대 모집을 할 경우 가산점에 따라 인센티브가 수십억원 차등 지급될 전망이라 "사실상 강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당국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사립대와 국립대 등 총 154개교에 1조4574억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의 절반가량은 재학생 수 등에 따라 대학에 배분되고, 나머지는 대학별 혁신 성과를 정성평가 한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급된다. 당초 무전공 입학 비율이 20~25%를 넘겨야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안이 추진됐지만, 현장 의견에 따라 모집 비율을 채우지 못해도 인센티브를 지원하되 일정 수준 이상 무전공 모집한 대학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가점 기준에 따르면 무전공 선발 비율을 확대할수록 대학은 인센티브를 최대 수십억원 가령 더 받을 수 있다. 정성평가 100점에 더해지는 가산점은 최대 10점인데, 이는 정성평가 등급을 최대 2개까지 올려줄 수 있는 수준이다. 대학들은 정성평가 기준에서 S(95점 이상)에서 A(90점~95점 미만), B(80점~90점 미만), C(80점 미만) 등급을 받는데, 가중치가 등급별로 다르다. 대학이 받는 평균 인센티브 금액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계산하면 S등급인 대학이 받는 금액과 C등급인 대학이 받는 금액은 30억원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에 재정난을 겪는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강제로 무전공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무전공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던 강창우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인문대학장)은 "가점표에 따르면 1점 차이가 최소 몇억원에서 10억원 이상의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은 이전 교육부의 평가 기준 방침과 비교했을 때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교육부가 대학들의 무전공 입학을 일정 비율 이상 하라고 강제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학들은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해 당국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이달 10~22일 대학 135개교의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심 영역 1위는 재정 지원 사업(71.9%)이 차지했다. 무전공 확대를 위한 교육부의 재정 지원 활용책에 많은 대학이 무전공 확대 기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 설문에서 기존에 무전공 선발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대학(54.8%·71개교) 중 77%(57개교)는 무전공 모집을 '도입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대학들은 무전공 도입 및 확대에 대해 전공 쏠림 현상, 구성원 반발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계에서는 무전공 도입을 통한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도 일리는 있지만, 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국가 경쟁력과 관련된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예비) 입학생들이 전공을 중심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데 무전공 입학을 이야기하면 입시 제도와 모순된 부분이 있다. 중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진행해야 대학들에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