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기조전환으로 곳곳 거품 꺼져
총선앞 정치권은 정책보다 표심 구애
경제성장률이 작년 1.4%에서 올해 2% 초반으로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주로 수출과 투자 증가의 결과이며, 내수는 나아질 가능성이 작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망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작년과 같거나 일부는 작년보다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 경제성장률은 작년 5.2%에서 올해 4%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도 침체국면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성장률 저하는 불가피하며,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와 기후변화 충격 위험 등 부정적 요인들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어서 수출 호전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보다도 주목해야 할 양상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전환으로 인해 더 지속할 수 없는 거품이 꺼지는 양상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종합주가지수는 2년 전보다 11% 낮은 수준이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12월 현재 1년 전 대비 2.2%, 2년 전 대비 9.8% 하락했다. 또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작년 8월 3,899건에서 12월 1,167건으로 격감했으며, 같은 기간에 평균 매매가격은 무려 15.5% 떨어졌다. 한편 8개 전업카드사 연체액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1년 같은 달보다 2.6% 낮은 수준이다.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실질소득도 낮아짐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심리지수는 2021년 12월 104.5, 2022년 12월 91.5, 2023년 6월 95.7에서 12월 91.1로 낮아졌다.
거품 붕괴와 더불어 산업별 양극화가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 총지수는 2019년 11월 대비 2023년 11월 11.4% 증가하였으나, 이는 동기간 금융보험업 36.4% 증가가 주도한 결과이며, 종합소매업은 11%, 음식료 소매업은 24%, 가전 및 정보통신소매업은 33%, 섬유·의복·신발·가죽은 17% 감소하였다. 한편 제조업의 양극화도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2019년 11월 대비 2023년 11월 7.4% 증가하였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0.1% 감소했으며, 전자통신과 자동차를 제외하면 1.8% 감소했다.
한편 제조업의 수입 점유율은 2016년 22%에서 2023년 3분기 27%로 높아졌다. 특히 소비재는 10% 포인트, 중간재는 5.2% 포인트가 높아졌다. 이것은 기술집약도가 낮은 제조업은 무너지고, 그 자리를 주로 중국산 수입품이 차지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의문은 상기한 한국 경제의 양상들이 일시적인지 또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침체의 서막인지의 여부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3년에서 2028년간에 2.6%로 2022년에서 2019년간 평균 성장률 3.52%에 대비하여 0.92% 포인트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1년에서 2019년간 평균 7.34%에서 2023에서 2028년간 4.07%로 무려 3.27% 포인트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 전망은 보다 비관적이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희망 고문을 시작했다. 과연 다음 국회가 저성장으로 인한 거품 붕괴와 양극화를 멈출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특히 현 정부는 균형재정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은 거품 붕괴와 양극화라는 시대 흐름을 직시하고 각자 살길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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