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가게 없고, 운전도 불가능한 고령자↑
기업도 드론·트럭 등 다양한 이동판매 전략
일본에서 사는 곳 주변에 가게가 없고, 운전도 어려워 식료품을 구입하기 힘든 고령자들이 2030년대 1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쇼핑 약자'에 대한 문제인데, 2030년 이후 3명 중 1명이 65세 고령자가 되는 일본에서는 무인양품, 세븐일레븐 등 대기업도 이동판매에 뛰어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일본 농림수산정책연구소의 조사를 인용, 주거지에서 가게까지 500m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운전도 불가능한 쇼핑약자가 2030년대 1000만명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2015년 쇼핑약자는 2010년 대비 13% 증가한 824만명으로 늘었는데, 2030년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30~34%, 2050년에는 37%에 달할 것으로 나타나 그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도서·산간의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기업은 쇼핑약자의 증가로 줄어든 고객을 잡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일본에서는 이동판매나 쇼핑 대행 서비스를 확대하는 지자체나 기업이 부쩍 증가했다.
주민 40%가 고령자인 나가노현의 이이즈나정(町)에서는 지자체가 스마트 글라스 회사 톳판과 협력해 쇼핑 대행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안경형 스마트 글라스를 장착한 점원이 매장에 있는 반찬 등 상품을 보여주면 수 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 사는 고령자가 단말기로 선택을 한 뒤 이를 배달받는 서비스다. 상품의 질을 직접 확인하고, 점원과 잡담도 나눌 수 있어 반응이 긍정적인 덕분에, 서비스를 시행하는 가게는 이 마을에서 15곳으로 늘었다.
세븐 일레븐 재팬은 내년부터 낙도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 후쿠오카 시내 편의점에서 5km 떨어진 노코노섬까지 드론으로 10분 만에 무사히 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노코노섬은 주민 600명에 불과한 곳으로, 배를 타고 나와야만 쇼핑이 가능했던 지역이다.
이번 실험에서 드론으로 배송한 상품은 아이스 커피, 뜨거운 편의점 어묵 등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품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세븐일레븐 재팬 관계자는 "편의점 고객이 기대하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에 대한 요구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도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등에서 이동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무인양품의 레토르트 식품이나 잡화를 실은 전용 차량이 산간 지역을 돌면서 주민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무인양품은 소비자가 사는 지역에 직접 방문해 그들의 요구를 듣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안경 전문점 진즈는 지난해부터 지역 공생의 일환으로 고령자의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을 이에 맞게 맞춰주는 '안경 이동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가전 양판 기업 야마다 홀딩스는 전구 하나의 교환 요청에도 직접 점원이 고객에게 달려가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야하기 토시유키 호세이대 명예교수는 "가게가 소비자와의 중요한 접점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며 "쇼핑은 사실상 감각적인 신체활동이며, 가게는 점차 고객과 유대를 맺는 장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케이는 "쇼핑 약자라는 과제는 결국 유통 기업들이 존재 이유나 각오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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