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조직위 "선수들 안전 위해 콘돔 비치"
학부모단체 "올림픽 정신 훼손" 거센 반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참가 선수들에게 무료로 콘돔을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한 학부모 단체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직위는 의무팀이 콘돔 3000개를 확보해 강릉원주대 선수촌에 2500개, 정선 하이원 선수촌 의무실에 500개를 비치해 선수들이 필요할 때 가져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8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14~18세 선수 1802명이 참가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청소년 선수들 또한 성인 선수들처럼 안전한 성생활을 해야 한다고 보고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에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23일 성명을 내고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되어야 할 청소년 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누어주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IOC가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눠주며 호기심 많은 십 대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며, 이러한 일이 되풀이된다면 청소년 올림픽은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올림픽에서 콘돔이 배포되는 것이 낯선 광경은 아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콘돔을 나눠준 대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이후 콘돔 배포는 올림픽의 전통이 됐다. 1990년대 들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 등을 우려했다. 올림픽 대회 때 나눠주는 콘돔 수가 크게 늘었다. 1992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각각 3만개와 9만개, 1994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에서 4만개가 배포됐다.
안전한 성생활 용도 외 '선물용' 의미도 있어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콘돔이 뿌려진 대회는 2016 리우 올림픽이다. 당시 대회 조직위는 선수촌에 여러 대의 콘돔 자판기를 설치해 45만개의 콘돔을 배포했다. 당시 대회에 1만903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니, 1인당 42개 수준이다. 이 대회에선 남성용 콘돔뿐 아니라 여성용 콘돔도 처음으로 지급됐다.
리우 올림픽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콘돔을 배포한 건, 당시 남미 지역에 갓난아기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우려한 전문가들이 대회 연기를 주장하고, 일부 선수가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1만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16만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라 선수들은 악수와 하이파이브 등 가벼운 신체 접촉도 할 수 없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콘돔을 뜻밖의 긴급 상황에 요긴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 때 여자 카누와 카약 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호주의 제시카 폭스는 콘돔을 이용해 카약을 긴급 수선하는 영상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손상된 카약 앞머리에 카본 섬유 반죽을 덧댄 뒤, 그 위에 콘돔을 씌워 마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올림픽 선수촌에 놓인 콘돔은 대회 기간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용도도 있지만, 대회가 끝난 뒤 집에 가져가 지인들에게 나눠주라는 '선물용' 의미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뿐 아니라 청소년 올림픽에서도 참가자들에게 당연히 콘돔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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