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가속한 2017년생부터 출생아 급감
NYT “한국 인구감소 14세기 흑사병 능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가속화하고 있는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도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 발송과 예비 소집이 이달 시작된다. 행정안전부가 주민등록 인구를 바탕으로 취학 연령대 아동 명부를 추리고, 이어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아동의 보호자에게 등기 우편과 인편으로 취학 통지서를 보내게 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40만명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2016년생이 입학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의 경우 40만1752명으로 40만명을 겨우 넘겼지만, 내년 입학하는 2017년생부터는 출산율이 급감해 출생아 수가 크게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0만6243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으로 5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아직 행안부에서 취학 대상 아동의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지는 않았고, 초등학교 1학년생의 수가 입학 대상 출생연도의 출생아 숫자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외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생의 경우 2016년 출생아 수와 5000명 차이로 거의 일치한다. 2022년 초등학교 1학년생(43만1222명)도 2015년 출생아 수(43만8천42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저출산에 더 속도가 붙은 만큼 30만명 선을 사수하지 못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2017년 이후 더 심각해진 출산율은 이듬해인 2018년 0명대까지 내려갔다. 이대로 가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으로 30만명대 밑으로 추락한다. 2027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지금보다 10만명 이상 줄어든다는 뜻이다.
학생의 감소는 학교의 존속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5개교 중 1개교가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3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도 전국적으로 500개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초등학교 6163개교 가운데 22.1%에 해당하며, 2002년 548개교에서 20년 만에 2.5배로 증가한 수치다. 전체 초등학교 대비 60명 이하 초등학교의 비율 역시 2002년 10.2%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소형 초등학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512개교로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8.3%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118개교였지만 20년 사이 4.3배로 불어난 셈이다.
인근 국가인 중국의 경우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출생률’의 여파로 사립 유치원들이 재정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교육 서비스업체 선글로리교육연구소는 지난해 “2030년이 되면 2020년 초에 운영하던 유치원의 30∼50%가 폐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초중고교와 대학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서 두드러진 사례의 연구 대상국”이라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조명하기도 했다. 이 칼럼은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하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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