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 리튬 대신 기술 개발 속도↑
스웨덴 업체, 기술 상용화 한발 다가서
'리튬 공급망 80%' 中 견제 기대감
바닷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트륨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나트륨 배터리 기술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향후 중국이 사실상 원자재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의 상용화를 놓고 중국 업체들도 대거 기술개발에 뛰어들면서 향후 각국, 기업들간 기술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서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 기술 개발
최근 나트륨 배터리를 향한 기대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히면서 한층 커졌다. 노스볼트는 리튬·코발트·니켈을 쓰지 않은 에너지 밀도 160Wh/Kg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노스볼트는 나트륨 배터리 관련 550억달러(약 71조4000억원) 규모의 선주문을 받았고 내년에 처음 견본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전달할 것이라고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나트륨 배터리가 중국이 구축한 배터리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아도 제작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스볼트는 우선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주로 에너지 저장용으로 설계한 뒤 점차 에너지 밀도를 높여 이동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가 나트륨 이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이러한 배터리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전기화를 좀 더 비용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전 세계의 지속 가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튬 배터리보다 40% 값싼 나트륨 배터리
올해 배터리 시장을 들썩이게 한 나트륨 배터리는 말 그대로 나트륨을 활용해 만든 에너지 저장 장치다. 1970년대부터 기술 개발이 시작됐으나 1990년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시장에서 더 큰 주목을 받으며 다소 관심이 줄었다. 하지만 리튬 수급 문제가 커지자 2010년대부터 나트륨 배터리가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암염이나 소금물에서 확보할 수 있는 나트륨은 희귀 광물인 리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풍부하다. 평균 가격으로 보면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 배터리보다 30~40% 정도 가격이 낮다고 한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나트륨 배터리가 보급되면 전기차 가격 자체가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나트륨은 리튬과 마찬가지로 주기율표 1족에 속하는 알칼리 금속이라 화학 구조가 비슷하지만, 나트륨의 원자가 리튬보다 크고 무겁다. 나트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리튬 배터리의 40% 정도 수준이어서 성능 측면에서 다소 떨어진다. 이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나트륨 배터리 기술 개발의 핵심인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현재로서는 나트륨 배터리가 낮은 밀도 때문에 대형 전기차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더 낮은 사양의 교통수단에 리튬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배터리 크기나 무게가 중요한 휴대폰 등에는 당장 활용하기가 어렵겠지만 대형 트럭이나 선박, 그리드 규모의 스토리지, 가정용 스토리지 등에는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또 다른 문제는 배터리의 수명 문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의 경우 전지를 교체하기 전 충전 또는 방전이 가능한 횟수를 말하는 주기가 약 7500번이지만 나트륨은 현재 평균 5000번 정도라고 한다. 컨설팅업체 리슈타드에너지의 듀오 푸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 가능한가 하는 것이 가장 큰 의문점이며 만약 이러한 점이 해소된다면 에너지 스토리지 분야에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트륨 배터리가 보급돼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 희귀 광물인 리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나트륨 배터리 보급으로 2035년까지 리튬 수요의 27만2000t이 대체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연간 비중의 7%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리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나트륨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상으로는 전체 리튬 수요의 37%인 140만t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리튬 등 원료 가격에 따라 전기차 가격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컨설팅업체 CRU의 샘 애드햄 배터리 담당은 "나트륨 이온이 리튬의 수요-공급 균형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리튬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상황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견제 가능할 줄 알았는데…中, 나트륨 배터리 개발 먼저 나서
나트륨 배터리가 개발되면 전 세계의 리튬 공급망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스볼트의 기술 개발이 큰 관심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신재생에너지 등 전략 산업에 쓰이는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 나온 소식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나트륨 배터리 기술 개발에 중국 업체들이 먼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속도를 내면서 기술력 증진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에너지 밀도 160Wh/Kg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4월 중국 체리자동차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납품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는 지난 18일 중국 동부 장쑤성 쉬저우시에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입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및 전기차 공급망 관련 전문 정보 제공 업체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의 로리 맥널티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엄청난 투자"라면서 "이 기술(나트륨 배터리)을 상업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생산 용량을 확대해 나가고자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신감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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