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민간병원보다 공공병원의 환자 수용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중증 환자의 수용은 민간병원이 다수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임재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는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같은 목표, 다른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기관(공공병원)은 총 229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5%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공공병원 비중인 5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임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은 국민건강보험에 강제 가입해야 하고, 모두 비영리 기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의료기관과 다를 바 없다는 반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일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데이터를 양적 비교연구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의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됐는데, 지난해 입원환자의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이번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분석 결과, 2년 동안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는 공공병원이 20만여명인 반면, 민간병원은 약 9만5000명으로 2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비율로 따져봤을 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약 7:3 비율을 나타내며 공공병원의 코로나19 환자 입원율이 더 높았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위·중증 환자는 반대 현상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환자 중 위·중증 환자의 입원 건수는 민간병원이 약 5300명, 공공병원이 약 3500명으로 민간병원의 수용 횟수가 더 많았다. 위·중증 환자의 전담 비율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4:6 정도였다.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수용 여부를 시간순으로 살펴봤을 때, 대유행이 본격화할수록 민간병원의 수용률이 늘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는 경증과 위·중증의 구분 없이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전담했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의 1차 대유행 당시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면서 민간병원의 환자 전담률이 잠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2021년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위·중증 환자가 늘자 민간병원의 입원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팬데믹 당시 환자 분담 비중을 볼 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해왔다는 게 임 교수의 평가다. 임 교수는 "공공병원은 팬데믹 초기 대응과 다수 환자의 진료를 담당했고, 민간병원은 환자 수 급증 시기부터 입원환자를 적극 수용하면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다"면서 "팬데믹 초중반에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각자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팬데믹을 맞았을 때의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다음 팬데믹이 도래하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어떤 시기에 어떤 역할을 어떻게 배분해서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대한민국: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하자' 주제로 진행됐다. 국가미래전략원 팬데믹클러스터가 주관한 심포지엄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입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 교수의 발표 이외에도 팬데믹의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총 8건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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