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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허락없이 AI학습에 기사콘텐츠 못쓴다' 선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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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허락없이 AI학습에 기사콘텐츠 못쓴다' 선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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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저작권 안내서 초안을 공개한 자리에서 저작권 예외 규정인 ‘공정이용’과 관련해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포털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이 인공지능(AI) 학습에 대대적으로 뛰어들고 언론계와 기사 콘텐츠의 ‘공정이용’ 여부를 놓고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처음으로 그에 대한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문화체육부 주최로 열린 ‘서울 저작권포럼’에서 정부 산하 저작권위원회는 "공정이용 적용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허락 없는 저작물 이용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 이용하기 이전에 권리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서 적법한 이용권한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아직 없어 정부가 법적 판단을 할 수 없으니 ‘계약’이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법적 리스크를 예방하라는 취지다.


공정이용은 저작권 보호 예외규정이다. 저작권법 35조5항에는 저작물의 ‘이용 목적과 성격’‘종류와 용도’‘이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시장 혹은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크게 4가지를 열거하면서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을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저작권법에는 재판, 정치적 연설, 학교 교육을 비롯해 저작권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열거하면서 그 외 사안에 대해선 공정이용 대상으로 보고 법원이 판단하도록 했다. 최근 들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사 콘텐츠 역시 별도 규정이 없어 ‘공정이용’ 판단에 포함된다.


이날 발표에서 "계약장치 마련"뿐 아니라 "허락없는 저작물 이용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의미가 있다. 빅테크와 창작자가 현행법 해석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정부가 조심스레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 현장에서 만난 문체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창작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달라진 AI 저작권 인식과 무관치 않다. 정부의 인식은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 다소 바뀌기 시작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전까지 ‘AI산업 육성을 위해 저작권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향이 강했다면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한 이후엔 ‘저작권 보호’로 중심추를 옮기기 시작했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저작권 논의에 미칠 파장은 적잖을 것이다. ‘공정이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창작자 쪽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고 ‘별도계약’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 차원에서도 조심스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용자가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저작권 제한 규정에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전송’을 신설하자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논의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AI저작권 안내서를 내기 위해 올 초부터 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가동했다. 올해가 방향을 설정한 거라면 내년에는 권리자 보상 방법, 이용 허락 등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컨텐츠별로 저작권 보호를 적용할지 여부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 보호가 모호한 컨텐츠를 어떻게 판단하고 데이터 가치를 매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최일권 디지털편집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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