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여부는 시진핑에 달려"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정학적 혼란이 뒤엉킨 국제 안보 정세 변화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의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인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은 포린폴리시 기고글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 간의 동맹 규합 움직임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 '쿼드' 회의를 최고위급으로 격상해 정례화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호주 등 3국과의 외교·안보 협의체 '오커스'를 창설하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 심장부인 베트남을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일련의 경제, 에너지, 안보 협력 조치를 발표한 것과 미국의 의도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새로운 나토 구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자, 미국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그린 소장은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현재 아시아판 나토를 추진할 의도가 없을 수 있으나 이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 전개로 이 선택이 70년 전보다 더 그럴듯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 집단 안보 체제가 아닌 개별 국가와 안보 조약 등을 통해 '패치워크(조각보)' 형식의 체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언급했다. 해양 영역에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역할의 한계, 아시아 국가 간 강한 불신 등으로 집단 안보 협정을 맺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린 소장은 "그러나 현재 미국은 해상에서 군사적 우위를 잃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냉전 때 나토가 마주했던 위협과 비슷한 양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점, 미국의 동맹·파트너 국가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 아시아판 나토 추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중국의 도발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중 간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모든 분쟁이 역내 전반에 걸쳐 아무 경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합 지휘·통제와 통합 억제력을 선호할 것이며, 이는 곧 나토와 매우 유사한 구조라는 분석이다.
그린 소장은 다만 "냉전 때 소련과 달리 중국은 일본, 한국, 호주 등 대부분 미국 동맹국에 최고의 무역 파트너로, 이들 국가는 중국과 생산적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또 나토식 동맹은 그런 미래를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파괴적이고 위험한 역내 전쟁을 억제하고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무역, 지역적 결속, 전략적 자율성 유지 등에 대한 우려보다 커지면 집단 안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무력 사용이 없더라도, 이웃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행동은 이런 결과(아시아판 나토 창설 움직임)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판 나토가 현실화할 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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