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두 배 늘어난 자전거 음주운전
범칙금 3만원…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자전거 음주운전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따릉이를 타다가 적발되면 1년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급증하는 만큼 경찰과 자전거 음주운전 현황을 공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따릉이 이용자 가운데 음주운전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릉이 이용약관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술에 취한 상태로 따릉이를 이용하면 1년간 이용자격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자전거 음주운전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실질적인 이용정지 등 별도 조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한테서 자전거 음주운전에 적발돼도 따릉이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 이용정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지만 음주운전자와 관련해서 따로 시스템을 구축해놓지 않았다"며 "경찰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지 않아서 자전거 음주운전자가 따릉이를 이용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539건이던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21년 715건, 지난해 996건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적인 음주차량 단속과 달리 자전거 음주단속이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단속 장소를 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자전거 이용자가 음주운전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릉이 대여 건수는 2019년 1800만건에서 2021년 2850만건으로 급증했다. 자전거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운전자가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자전거 음주운전과 관련해서 교육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는 2억9900만원, 올해는 3억원의 자전거 교육 예산이 배정됐다. 새벽에 따릉이를 이용하면 '음주운전 금지' 안내문이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음주운전을 막을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령도 미흡하다. 자전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도 범칙금 3만원에 그친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면허 없이 이용 가능한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렵다. 부과된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자전거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보행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켜야 형사처벌 절차로 이어진다. 보행자와의 사고를 일으킬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전거 음주운전 기록은 개인정보 등 예민한 정보라 경찰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경찰과 협의해 자전거 음주운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음주운전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