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으라고만 배웠지, 자신을 비우는 일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멋진 모습을 만들어 갈 때 나 혼자 비우다가는 큰일 날 것 같습니다. 매 순간 밀려드는 새로운 정보와 영상으로 인해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습니다. 비단 학생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의 출퇴근길에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쏟아지는 정보에서 뒤처질세라 잠시도 가만히 쉬지를 못합니다.
오히려 나를 찾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때, 나의 온전한 모습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통용되는 '행복(happiness)'에 정확히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 용어 중에서는 만족이나 기쁨을 가리키는 '즐거움(樂, sukha)'이 비교적 행복에 가까워 보입니다. 초기 경전의 하나인 <법구경>에서는 행복을 몸에 병이 없는 것, 마음에 욕망·증오가 없는 것, 굶주림이 없는 것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이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타인의 칭찬과 비난에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남들보다 잘났다는 우월감도 없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신을 비하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 역시 남들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행복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행복은 적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행복한 세상의 빛깔을 좇아 밖으로 향할 일이 아닙니다.
-김성옥, <인문학 독자를 위한 금강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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