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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왱왱·댕글댕글'…우리말 의성의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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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댕그랑댕그랑, 사부작사부작, 오롱조롱, 왕배야덕배야…우리말 특징 중 하나는 어휘의 풍부함이다. 그중에서도 의성의태어의 풍부함은 그 어떤 언어보다 월등하다.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의성어라고 하고,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을 의태어라 하는데 사실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다. 가령 ‘침을 꿀꺽 삼켰다’라고 할 때 ‘꿀꺽’을 의성어로 볼지 의태어로 볼지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의성어와 의태어로 잘라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의성의태어'로 통칭한다. 우리말로는 '흉내말'이라고 하기도 한다. 시인이자 현직 교사인 저자는 이런 의성의태어를 모아 소개한다. 맑고 높은 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인 '왱왱',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나 모양을 지칭하는 '댕글댕글' 등 일반인에게 생경한 우리말 표현을 전한다.

[책 한 모금]'왱왱·댕글댕글'…우리말 의성의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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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처럼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만든 첩어뿐만 아니라 앞말에 이어 약간의 변화를 준 뒷말을 결합한 준첩어를 만들어 표현의 다양성을 넓혔다. ‘알록알록’을 변형한 ‘알록달록’이나 ‘우물우물’과 ‘쭈물쭈물’을 합성해서 ‘우물쭈물’ 같은 준첩어를 만드는 언어 감각은 탁월하다. 첩어나 준첩어는 말의 리듬감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생동감까지 불러일으킨다. ‘출렁’보다는 ‘출렁출렁’이, ‘댕그랑’보다는 ‘댕그랑댕그랑’이 훨씬 그런 느낌을 전해준다. <15~16쪽>


‘부랴사랴(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는 ‘부랴부랴’와 형태는 물론 말이 발생한 경로도 비슷하다. ‘불이야 살이야’라고 소리치는 걸 줄여서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은 ‘화살’을 뜻한다. 불이 나면 다급해질 수밖에 없지만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며,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는 불이 번져 오는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겠는가.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에 빗댄 말이 ‘쏜살같이’라는 부사다. <34~35쪽>


‘휘뚜루마뚜루’는 쓰임에 따라 ‘마구마구’ 혹은 ‘대충대충’, ‘제멋대로’ 등과 통하는 말이다. ‘젊었을 적엔 휘뚜루마뚜루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많이 쌓는 것도 좋아’처럼 쓰면 된다. 자유분방한 태도 혹은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낼 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어휘다. ‘마구잡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에 비해 ‘휘뚜루마뚜루’는 어감도 꽤 경쾌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103쪽>



의성의태어의 발견 | 박일환 지음 | 사람in | 340쪽 | 1만7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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