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른과 의사 비교하면 내가 죄인"…소아과 30대 의사의 호소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낮은 수가·진료 어려움·보호자 태도 문제 지적
병원에 환자 몰리며 '오픈런'…의료공백 우려

'폐과 선언'으로 화제를 모은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문의가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를 밝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아과 전문의야. 넋두리 한 번만 해도 될까?'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30대 소아과 전문의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 세 가지를 제시했다.


"다른과 의사 비교하면 내가 죄인"…소아과 30대 의사의 호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A씨는 먼저 기본 진료비(수가)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에 100~150명을 진료해도 1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면서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 진료비는 같지만, 성인의 경우 검사가 많이 붙어서 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과 의사들은)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번다. 하지만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소아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적었다. 또 "누가 칼 들고 소청과 가라고 협박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지 않냐"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만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고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자유롭게 직종 변경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어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소아는 성인과 달리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없다. 제삼자인 보호자와 소통하고 자세한 진찰을 통해 병을 파악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의사를 무서워한다. 울면서 날 걷어찬다"고 말했다.


이어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다. 애들은 죄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체력은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정말 고맙다"며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A씨는 "내 새끼 귀하지만 (병원에서)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며 "진료 과정에서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이 빠진다"라고 적었다.


그는 "잘못된 부성애와 모성애 발현에 맘카페,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 끊어지는 의사들 자주 봤다"고 호소했다.


A씨는 "현재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살 것 같다"며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소아과) 탈주할 예정인데 부디 날 붙잡아달라"고 끝맺었다.


병원 운영 어려워 '폐과 선언'…진료전환 교육 560명 신청
"다른과 의사 비교하면 내가 죄인"…소아과 30대 의사의 호소 3월 29일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등 전문의들이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산, 낮은 수가, 지속적인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폐과'를 선언했다. 의사회는 만성질환·미용·통증 클리닉 등 진료 과목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소아과 의사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하는 등 소아과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아과 폐과의 일환으로 의사회는 다음 달 11일 개설되는 진료과목 전환교육 신청을 받았는데, 8일 기준 약 560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소아과 의사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소수 병원에 환자가 몰려들며 소아과 '오픈런' 문제가 발생하는 등 소아·청소년 대상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