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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의 배신]“원산지 문제없다” 페루정부 보증에도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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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韓 세관에 ‘페루 녹두생산 통계’ 전달
녹두 재배지와 월별 생산현황 등 내용 포함
"농업기관 역량 한계, 새 데이터 수집 애로"
관세청 "통계 있다고 원산지 요건 충족 안돼"

[관세청의 배신]“원산지 문제없다” 페루정부 보증에도 요지부동 페루 정부가 한국 세관당국에 전달한 '페루 녹두생산 통계'. 47쪽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페루의 녹두 재배지와 생산현황, 원산지 관리 전략 등이 담겨있다. 자료=페루 농업관개부(MIDAG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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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정부가 관세청에 자국의 공식 녹두 통계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차원에서 녹두의 원산지가 페루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증했는데, 관세청은 해당 통계를 인정하면서도 원산지를 증빙할 ‘서류’가 없기 때문에 관세추징 입장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페루 농업관개부(MIDAGRI)의 ‘페루 녹두생산 통계’ 자료에는 페루의 녹두 재배지와 월별 생산현황, 원산지 관리 전략 등이 담겨있다. 47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한국의 세관당국이 ‘페루산 녹두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이유로 조사를 시작하자 페루 정부가 작성해 관세청에 전달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페루에서는 2020년 1717톤, 2021년 9696톤, 2022년 4362톤의 녹두가 생산됐다. 녹두는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되는데, 각각 1405톤, 8643톤, 2500톤으로 집계됐다. 한국에 수출된 양보다 페루 땅에서 생산된 녹두량이 많은 만큼 밀수 등의 가능성은 없다는 게 페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관세청의 배신]“원산지 문제없다” 페루정부 보증에도 요지부동

녹두통계 집계가 늦었던 건 시스템 미비와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페루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까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통계정보 수집활동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당시 페루에서는 국경폐쇄와 함께 허가증을 가진 사람만 통행을 허용하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는데 이 때문에 관련 통계 집계가 늦었다는 의미다.


페루도 인정한 인프라 부족…책임은 우리 수입기업이?

관세청은 생산통계를 확보했지만 원산지 요건이 확인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관세청 측은 “원산지 조사는 개별 수입 건에 대해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거시통계만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및 국내 법령에서 정한 원산지 요건 충족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페루 측이 발표한 최근 업데이트된 통계는 검증조사 시 참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관세청은 해당 통계를 페루산 녹두의 국내 반입에 무관세 조치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페루의 통계를 전달받은 인천세관 측은 올해 1월 국내 수입기업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녹두 생산통계 재발표, 선행 조사 건의 조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정관세(무관세) 적용보류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는 페루 녹두에 대한 관세는 0%라는 의미다.


[관세청의 배신]“원산지 문제없다” 페루정부 보증에도 요지부동

그런데 관세청은 원산지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추가로 수입을 할 경우, 감면 전 세율(607.5%)을 적용한다. 원산지 조사 때부터 올해 1월까지 녹두 수입기업들이 새로 들여온 녹두에는 관세 607.5%가 붙고, 수입기업들은 관세를 내지 못해 녹두를 국내에 팔지 못하고 있었다. 원산지 조사 때는 페루 정부의 자료만으로는 페루 땅에서 난 녹두임을 알 수 없다면서도, 올해 1월 안내문에서는 해당 자료를 받았으니 페루가 원산지라고 확인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한 것이다.


자료에는 자국의 미흡한 농산물 관리 시스템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페루 정부는 “녹두가 상대적으로 새로운 작물이다 보니 지역통계의 등록은 초기단계”라면서 “농업기관의 역량도 재원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작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페루 정부도 원산지 증빙 인프라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있는데, 관세청의 추징으로 국내 수입기업들은 여전히 현지에서 증빙자료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수입기업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페루 농업기업의 원산지 관리 방식이 미흡한 수준이라는 반증”이라면서 “그럼에도 관세청은 이들이 각종 자료를 잘 보관했을 거라는 전제로 협정을 해석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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