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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의 酒저리]유소영 지시울양조장 대표 "옛사람 방식 그대로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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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원 춘천 '지시울양조장'②

전통 소주고리로 증류…'양조철학' 반영
전통 방식 고수…"꾸준히 해내는 것 목표"

[구은모의 酒저리]유소영 지시울양조장 대표 "옛사람 방식 그대로 빚는다" 유소영 지시울양조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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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이 하던 방식대로, 앞으로도 옛 선조들의 방식 그대로 술을 빚어갈 생각입니다."


유소영 지시울양조장 대표는 11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지금껏 철저히 전통방식 그대로 술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자신이 술을 배운 방식인 동시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술이기 때문이다.


지시울양조장에는 발효 중인 술을 저어주는 교반기 정도를 제외하면 자동화 설비가 거의 없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유 대표의 몸을 통해 이뤄진다. 유 대표의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전통 소주고리다. 소주고리는 고려시대 말기부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증류기다. 위아래로 두 개의 물동이를 포개어 얹은 모양으로, 허리가 잘록한 눈사람같이 생긴 그릇의 위·아래·중간이 모두 뚫어졌으며 허리 위에 긴 코 같은 대롱이 달려 있다. 술의 재료를 솥 안에 넣고, 솥 위에 소주고리를 올려놓고 끓이면 그 증기가 솥뚜껑이나 대야 밑에 서린다. 이때 그 위에 찬물을 부으면 증류된 소주가 대롱을 통해 흘러내리게 된다.


유 대표는 증류식 소주인 ‘화전일취38·52’는 물론 과하주인 ‘화전일취18 백화’에 사용되는 소주 모두 전통 소주고리를 이용해 증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곳은 수두룩하지만 대부분 동(구리)증류기나 스테인리스 증류기를 사용한다. 소주고리를 실제 상업양조에 사용하는 곳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다. 소주고리는 상압증류 방식을 사용해 증류가 이뤄지는데, 일상 속 상압(1기압)에서 증류하는 상압증류는 다양한 아로마성 물질이 함께 증류돼 향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지만 불 조절이 어려워 자칫 탄내가 날 수 있다. 반면 낮은 기압에서 증류하는 감압증류는 낮은 온도에서 증류가 이뤄져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는 소주고리 증류처럼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최고의 방식이기 때문에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양조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전통방식으로 빚어낸 술에 매료되었기 때문인 만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만의 술을 빚어내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선택에 가깝다.


유 대표는 "소주고리를 사용하면 무엇보다 수율이 굉장히 낮고, 그래서 생산량도 적다”며 “하지만 지금의 방식대로 만드는 것이 제가 지향하고 표현하고 싶은 술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전통주 양조에도 다양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 최근 전통적 방식을 토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주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저마다 훌륭한 품질과 고유의 가치를 품고 있는 훌륭한 술이지만 유 대표는 그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내는 것이 목표이자 자신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양조를 시작했을 때는 전통주를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게 무슨 특징이겠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차별점이 된 것 같다"며 "쉬운 방법을 찾아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처음 생각했던 길을 어렵더라도 갈 생각"이라며 미소를 띠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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