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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첼로를 사랑하는 목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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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국어학자가 들려주는 정담(情談)이다. 나무와 말과 음악에 관한 정다운 이야기를 전한다.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의 삶을 통해 일상에서 겪을 만한, 마주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본다.

[책 한 모금]첼로를 사랑하는 목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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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간에서 듣는 이 없이 혼자 첼로를 켜고 나팔을 불면서 홀로 만족하는 것도 즐겁다. 가끔씩 친구들과 잘 맞지도 않는 연주를 같이하는 것도 행복하고, 모임에서 흥이 올라 누군가 노래를 할 때 반주를 넣을 수 있는 것도 큰 낙이다. 영혼이 메마른 이로서 가상의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삶의 새로운 활력이다.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가 ‘부캐’지만 선생 혹은 작가로 불리는 ‘본캐’의 삶에 힘이 된다면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로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 중에서, 27쪽)


쓸모없어서 잡목으로 여겨지는 80%의 나무 덕에 20%의 나무가 가치 있는 나무로 여겨진다. 가짜 나무 혹은 종이 등으로 만들어지거나 땔감으로 쓰일 80%의 나무가 없었다면 20%의 나무마저도 이렇게 쓰일지도 모른다. 가짜 나무로 만든 80%의 가구 덕에 20%의 진짜 나무로 만든 가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잡목은 결코 잡목이 아니다. 특별한 용도로만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잡목일지 몰라도 우리 모두의 쓰임새로 보면 유용한 나무다. (진짜 가짜에게 감사를, 59쪽)


이러한 사랑법을 ‘장부’의 사랑법이라 이름을 붙여 본다. 덜어 내고 파낸 후에 비로소 딱 맞아떨어지게 되는 장부 결합처럼 나를 덜어 내어 상대방의 쉴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그런 사랑법이라 정의를 해 본다. (…) 가장 원시적인 결합, 톱과 끌만 있으면 가공이 가능한 결합인 장부는 일부러 부수지만 않으면 영원히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함께한다. 세월이 흘러 삭더라도, 어쩌다가 불에 던져져도 같이 스러진다. (장부의 사랑 중에서, 82쪽)



꿈을 찍는 공방 | 한성우 지음 | 파롤앤 | 288쪽 | 1만7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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