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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행 번진 경매, ‘新영끌족’ 도화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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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행 번진 경매, ‘新영끌족’ 도화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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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면 경매로 집을 수십채 사서 큰 돈을 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돈 좀 벌어보려고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경매학원에서 만난 20대 수강생 김모씨의 말이다.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김씨처럼 경매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낙찰률은 최근 한 달새 2배 이상 급등했고, 수원 아파트 한 채 응찰에는 97명이 몰리는 등 경매열풍이 심상치 않다. 고금리로 인해 경매물건이 늘어나자 또 하나의 재테크 유행이 생겨난 셈이다.


문제는 집을 경매에 내놓은 이와, 한몫 잡기 위해 경매에 뛰어든 이 가운데 청년층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간 집값 상승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장만했던 2030세대들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경매에 나온 물건 수가 급증했다. 반면, 경매학원에는 2030세대가 전체 수강생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북적인다. 경·공매 통계에서도 청년층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경매 물건의 급증은 부동산 장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되질 않다보니 경매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집값 상승기에 ‘대박’만을 꿈꾸며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 매매에 나선 이들은 현재 소위 ‘눈물의 땡처리’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경매장을 기웃거리는 청년 대부분이 시장에 뛰어든 근거는 빈약하다. 전문가도 아닌 주변인들의 "지금이 바닥"이라는 조언과 유명 유튜버의 ‘경매 대박’ 유혹이 그들이 가진 믿음의 전부다. 하지만 이는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코인과 주식, 주택시장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마법의 단어다. 그나마 당시에는 금리라도 낮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른 고금리 시대다. 자칫 잘못 될 경우 개인이 부담해야 할 위험 수위는 아무리 경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밀한 계획과 시장 성찰없이 무작정 경매에 뛰어드는 행태는 과거 영끌족의 실패를 반복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투자가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비이성적인 과열 행위를 멈춰야 한다. 나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누구도 새로운 영끌족의 행렬에 동참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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