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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신전쟁]①돈이 된 독…1930일간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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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신전쟁]①돈이 된 독…1930일간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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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뒤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민사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5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민사소송 제기 이전 양사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기간을 합치면 7년을 넘긴다. 두 회사는 무엇 때문에 긴 기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톡신전쟁’이다.


[톡신전쟁]①돈이 된 독…1930일간의 분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두 회사는 ‘보툴리눔 톡신(BTX)’을 두고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BTX는 보툴리눔 균에서 추출한 맹독 성분이다. 이 독은 단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로도 연구될 정도였다. 이 성분이 찾은 뜻밖의 활용처는 미용 분야다. 극미량의 BTX를 피부밑에 주사로 주입하면 근육의 미세한 마비 효과가 일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주름을 펴는 미용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한다.


BTX 제제는 흔히 오리지널 제품명인 ‘보톡스’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을 최초로 상품화한 미국의 제약회사 엘러간이 ‘보톡스’라는 상표명을 붙였는데, 상표명이 그대로 굳어져 널리 쓰이게 됐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과 ‘코어톡스’, ‘이노톡스’ 등 3종류의 BTX 제제를 판매 중이다. 대웅제약은 BTX 제제 ‘나보타’를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6년경부터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웅제약이 자사의 퇴사자를 영입하면서 균주를 무단 반출함과 동시에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공개토론을 대웅제약에 제안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분쟁은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경찰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7년 1월에는 메디톡스가 균주 도용을 이유로 대웅제약 및 대웅제약의 직원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이어 2017년 10월엔 BTX 균주와 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톡신 전쟁은 메디톡스가 2017년 6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국으로까지 번졌다. 다만 이 소송은 한국 법원에서 다퉈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어 2019년 1월에는 메디톡스가 파트너사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에볼루스는 나보타(미국명 주보)를 미국에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파트너사다. ITC가 내린 결론은 미국 법원과는 달랐다. ITC는 2020년 12월 나보타의 미국 내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당장 BTX 제제의 수입이 막힌 에볼루스가 2021년 2월 메디톡스·엘러간과 합의하면서 ITC 소송은 일단락됐다. 당시 에볼루스는 3500만달러(약 460억원)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했다.


[톡신전쟁]①돈이 된 독…1930일간의 분쟁

국내에서 진행된 민사 1심 역시 메디톡스가 완승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0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과 균주 인도, 제품 폐기 등을 명령하면서다. 대웅제약은 즉각 반발하면서 항소와 1심 판결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집행정지가 인용되면서 상급심의 판단 전까지는 시간을 벌게 됐다.


이와 별개로 메디톡스의 형사고소에 대해 검찰은 대웅제약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짓고 지난해 2월 불기소 처분했다. 메디톡스의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메디톡스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메디톡스는 BTX 균주 확보 과정이 투명하다고 자신한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양규환 박사가 학위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연구 목적으로 들여온 BTX 균주를 확보했다는 것. 양 박사의 수제자였던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상품화 의사를 밝히고 균주를 건네받아 국내 최초로 BTX 제제 메디톡신을 개발했다는 게 메디톡스의 설명이다. 양 박사가 균주를 반입할 당시였던 1970년대 말은 관련 규제가 없던 때였기에 연구 목적의 반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도 부연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자신들의 균주 유래가 확실하다고 반박한다. 대웅제약은 BTX 균주를 용인시 포곡읍 하천변에서 채취했고, 그 기록이 남아있다고 설명해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의 광범위한 검찰 수사에서도 균주의 도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출처 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역학적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재판부도 직접증거의 증명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균주 절취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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