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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과 전쟁]주유소 도매가격 공개 눈앞…횡재세 논란 이어 정유사 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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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경쟁유도해 기름값 잡는다…시행령 개정 추진
정부 "깜깜이 판매가격, 수요공급 논리 안 통해"
정유사 "시장경제 원칙 어기면 부작용 생길 것"

[기름값과 전쟁]주유소 도매가격 공개 눈앞…횡재세 논란 이어 정유사 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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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정부가 지역별 주유소 공급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면서 정유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급가격 세부공개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 원칙을 위배하고 향후 시장 교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정유업계 입장이다. 12년만에 다시 꺼내든 정책인 만큼 정부도 강경하다. 전국 1만1000여개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가격을 모른 채 휘발유를 구입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꿔야 널뛰는 기름값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심의한다. 이 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최종 확정, 시행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 외부인사로 구성된 자체 규개위 심사를 거쳐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름값과 전쟁]주유소 도매가격 공개 눈앞…횡재세 논란 이어 정유사 또 악재 서울 한 주유소 모습 /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번 개정안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판매하는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광역시·도 단위로 공개해 지역별 편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지역별 가격과 판매량을 산업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항목도 들어갔다. 현재는 국내 전체 판매량의 평균 판매가격만 공개 대상이다.


정유사와 주유소 거래는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유소는 일단 정유사에 선금을 내고 일정량의 기름을 공급받는다. 그 다음달 정유사가 ‘알아서 적절하게’ 사후정산을 해주면 그때야 가격을 알게 되는 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월초에 들여온 기름값을 그 다음달에야 정산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소매업자인 주유소가 대기업인 정유사와 거래할 때 가격협상 여지가 없다”며 “정유사가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수요공급 논리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공개 범위를 세분화해 같은 지역 내 주유소끼리 도매가격을 알게 하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정유사와 협상할 수 있다”며 “주유소는 더 싸게 파는 정유사와 거래할 것이고 가격 경쟁력이 생겨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판매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도매가를 세세히 공개하면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게 돼 정유사들이 가격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100% 민간에 개방된 석유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것이다. 거래 내용이 제3자나 경쟁사에 공개되면, ‘타사보다 손해 보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 책정이 이뤄져 제품 품질, 물량, 물류비 등의 계약 요소가 퇴색된다고 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별 규모가 다 달라 대규모 물량에 대해서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경쟁사 가격 정책이 그대로 공개돼 오히려 더 높은 마진을 확보하려는 상향 동조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과 전쟁]주유소 도매가격 공개 눈앞…횡재세 논란 이어 정유사 또 악재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문호남 기자 munonam@

업계는 정책 추진의 이유인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직영주유소는 유류세 변동 전 도입한 재고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즉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전국 80%에 달하는 자영주유소에서 보유 중인 유류세 인하 전 재고까지 유류세 인하를 바로 반영하라는 것은 업주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해외보다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한국은 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통해 개별 주유소 소매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어 지역별 평균 소매가격을 주간 단위로 공개하는 해외 다른 국가들보다 규제 수준이 높다”고 본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4곳이 균등하게 나눠 가진 과점체제”라며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정유사만 30~50곳이고 대형마트나 편의점 같은 유통체인들이 대규모로 사는 방식이라 구매력이 있다. 소매업자가 대기업을 상대하는 구조는 해외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지역별 공급가격 공개는 정부가 2009년 전국단위 도매가격 공개에 이어 2011년 추진했지만 유야무야됐던 사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워낙 파급력이 컸던 알뜰주유소 도입을 앞두고 있었고 석유 거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석유전자상거래 이슈도 나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유사 도매가격 공개는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국무총리실 규개위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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