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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된 경매]③“매매보다 훨씬 싸요”…영끌에서 경매로 몰린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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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된 경매]③“매매보다 훨씬 싸요”…영끌에서 경매로 몰린 2030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되는 부동산 경매 관련 강의 전경. 20~30대 젊은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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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곽민재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스터디 카페. 이곳에서 진행되는 ‘부동산 경매 기초반’ 수업에는 수강생들이 가득한 탓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경매 열풍이 불자 20~30대 젊은 수강생들이 크게 몰렸기 때문이다.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구 변호사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매반을 듣는 분들이 한 달에 5~6명밖에 없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20명 넘는 인원이 몰리고 있다"라며 "특히 수강생 중 30대 초반의 청년층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라고 전했다.


강의는 주말 저녁 늦은 시간이 돼서야 끝났지만 경매에 대해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열기는 회식 자리로 이어졌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확정일자·대항력 등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전문용어들을 사용하며 부동산 경매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수강생 A(29)씨는 "예전에는 혼자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강의를 통해 지식도 배우고, 경매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과 교류할 수 있다보니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학원도 ‘2030 경매열풍’…공매도 청년층 몰려
[‘핫플’된 경매]③“매매보다 훨씬 싸요”…영끌에서 경매로 몰린 2030

이러한 경매 열기는 대형 학원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남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매 수업을 듣는 인원이 2021년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늘었다"라며 "부동산 경매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수강생 대부분이 20~30대 청년층"이라고 전했다. 노원구에 위치한 부동산경매 전문학원 관계자도 "예전에는 수강생 중에 40~50대 중장년층이 70~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수강생의 비중이 급격히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통계도 마찬가지다. 2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제공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20~30대 매수인 수는 총 8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89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인원이 가장 적었던 지난해 11월(53명)과 비교하면 두 달 새 34명(64.1%)이 증가한 셈이다.


공매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캠코의 온비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매에 나온 주거용 물건 입찰에 참가한 입찰자 총 5935명 중 40세 미만 청년층은 3708명으로 62.4%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청년층 비율인 59.2%보다 3.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청년층 비중이 64.9%로 전년(62.3%)보다 2.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청약 대신 경매로 ‘내집마련’…투자상품으로도 각광받아
[‘핫플’된 경매]③“매매보다 훨씬 싸요”…영끌에서 경매로 몰린 2030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되는 부동산 경매 관련 강의 전경. 20~30대 젊은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청년층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내집마련’을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경매시장은 한파를 겪으며 경매로 나온 물건이 줄줄이 유찰됐다. 연이은 유찰로 최저 응찰가격이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경매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는 이민섭(30)씨는 "청약이나 매매는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경매를 통해 살만한 집을 장만할 준비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낙찰가격이 확연히 낮아지면서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를 목적으로 경매에 뛰어든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대영(29)씨는 "2~3년 전쯤부터 경매에 관심을 갖게 돼서 실제 낙찰을 받는 등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도 경매시장에 좋은 물건이 많아져서 경매법원에 다녀오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변동성이 심한 주식이나 코인 등의 재테크는 본업과 병행하기 어려워 경매로 눈을 돌렸다"라며 "무리한 가격에 낙찰받지만 않으면 경매는 늘 이기는 투자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튜브가 불러온 ‘청년 경매열풍’

이처럼 2030세대가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SNS의 영향이 크다. 이민섭씨는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재테크 관련 콘텐츠를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라며 "부동산 경매 등으로 성공한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 중인 박희주(31)씨는 "SNS를 통해 비슷한 또래가 경매 물건을 낙찰받거나 큰 시세차익을 통해 이익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경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매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젊은 청년세대가 많이 유입된 분위기"라며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데다 SNS 등을 통해 경매가 나쁜 게 아니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컨설팅 업체나 학원 등이 수요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그런 정보들을 무작정 신뢰하고 공동 투자를 하는 등 무리한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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