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안 강촌서 70여 명 고립
최근 1년새 비슷한 사고 네 차례
형식적인 정기검사로 문제 반복
29일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스키장 시설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스키장 리프트 사고는 해마다 되풀이되는데 이와 관련한 안전 진단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스키용과 관광용 리프트 시설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성능과 안전도에 대해 매년 한 차례씩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인허가 등록된 전국 19개 스키장의 리프트는 총 122대다. 리프트 전체를 분해하는 정밀 검사가 아니라 상당수가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시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멈춤 사고가 발생해도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례가 대다수이고 사후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용객 70여명이 고립됐다가 20여분 만에 구조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리프트도 운영 중인 6대 모두 지난해 4월 정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최근 1년 새 비슷한 사고가 난 리프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리프트가 멈추는 사고로 이용객 54명이 3시간 넘게 공중에 매달려 있다가 전원 구조됐다. 리조트 측은 약 3주간 원인을 분석한 뒤 "리프트 의자 인입 과정에서의 오작동에 의한 롤러 정지로 리프트가 멈췄다"고 밝혔다. 이 시설도 정기검사에서는 적합 판정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1월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스키장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에서 발생한 리프트 사고도 각각 부품 파손과 기계 결함이 원인으로 추정됐으나 정기검사 결과는 '적합'이었다.
스키장 리프트의 다수가 설치한 지 수십 년 된 노후 시설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년 이상 된 스키장 리프트는 63대로 전체의 51.6%에 달한다. 레저업계 관계자는 "스키장 측에서도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강제가 아닌데다 특정 시즌 사용도가 높기 때문에 시설물을 분해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스키장 이 자체적으로 하는 특별 안전점검보다 구속력 없는 느슨한 규정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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