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자녀 가구에게 살림집 우선 배정"
북한 출산율 1.9명…관련 정책 마련 중
북한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자녀 세대에게 주택을 1순위로 배정하는 등 주택법을 개정했다. 노동을 중요시하는 북한에서 노동력 감소가 이어지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살림집법'을 소개하며 "살림집 배정원칙에 따르면 영웅·전쟁 노병·영예 군인·제대 군관·교원·과학자·기술자·공로자·노력 혁신자·세쌍둥이 세대와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는 세대에 살림집을 우선 배정한다"고 설명했다.
살림집은 북한에서 아파트나 단층집을 합쳐 부르는 용어로 원칙적으로 소유와 이사가 불가능하다. '살림집법'이란 북한의 주택건설부터 이관, 인수, 등록, 관리, 배정, 이용까지 관련 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지난 2009년 1월 제정됐다. 해당 법에 따라 주택을 나라에서 무조건 공급해야 하지만 현재 북한은 주택 공급량이 넉넉하지 못해 살 만한 집이 많지 않다.
살림집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2020년 2월을 기준으로 우선 배정 대상에 '혁명 투사·혁명 열사·애국열사·전사자·피살자 가족과 영웅·전쟁 노병·영예 군인·제대 군관·교원·과학자·기술자·공로자·노력 혁신자'만 규정돼 있었다. 당 사업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주택을 우선 배정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을 통해 1순위네 '세쌍둥이와 다자녀 세대'를 추가했다.
북한도 저출생의 늪…인구 유지 불가능
이런 결정은 북한 역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9명이다. 이는 전 세계 합산 출산율인 2.4명보다 한참 못 미치고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전 세계 합계출산율이 2.4명, 특히 최빈개발도상국의 출산율이 3.8명인 것을 고려해도 한참 낮은 수치다.
당장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북한 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0.4%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북한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지만,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등을 거치면서 생산인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북한은 농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커 노동력 감소가 성장률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고령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북한의 총인구는 2600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0%였다.
북한의 저출산 해결 정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엔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 공급을 골자로 하는 '육아법'을 제정했고, 새 학기엔 학생들에게 새 교복과 신발, 책가방, 학용품 등을 공급한 바 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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