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비료 등 수입품에 세금
내년 10월 추가 부과 시범운영
첫 3년간 탄소배출량 의무보고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유럽연합(EU)이 철강, 비료 등의 수입품에 사상 최초로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주력 EU 수출 품목인 철강산업 등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각료 이사회가 3자 협의를 진행한 결과 CBAM을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그동안 개념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탄소국경세가 사상 처음으로 EU에서 실행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EU는 내년 10월부터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조치를 시범 운영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일명 ‘탄소집약산업’으로 꼽히는 철강과 비료, 알루미늄, 전력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도 시행 후 첫 3년간 탄소 배출량을 의무 신고해야 한다.
이어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전까지 EU 집행위원회는 적용 산업 범위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자동차도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이번 합의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최소 55% 감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의 CBAM 도입은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 생산을 타국에 떠넘기는 일부 회원국들의 관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그간 EU 내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규제가 약한 개도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들 국가에 탄소배출 문제를 전가해온 것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유럽의회의 모하메드 차힘 의원은 "CBAM은 무역 상대들이 탄소를 저감하도록 유인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해당 제도가 유럽과 세계 기후정책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이 수출국 입장에서 추가 관세로 받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분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EU 내 탄소 집약산업 분야에 대한 무료 탄소배출권 할당을 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할당량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EU 회원국이 아닌 타국 기업들의 경우 추가 관세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국제통상 규범을 위반하는 보호무역주의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이번 EU의 조치로 한국의 철강산업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에너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EU에 수출된 CBAM 적용 품목의 규모는 △철강 27억6300만달러(약 3조5780억원) △알루미늄 1억8900만달러 △비료 79만달러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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