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논의 못해, 민생특위도 유야무야
정치가 갈등 가시화, 구체화, 제도화 역할 방기
안전운임제 후속입법, 노정 대화 시작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화물연대가 결국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항만·컨테이너기지·시멘트공장·제철소에서 시작된 물류 대란은 경제 전반을 휘청거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수조원대 피해도 우려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 3년 연장이라는 한시적인 제도가 아니라 상시적인 제도로 운영해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화물연대본부와 원내대표간의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신들의 조직을 키우기 위해 국민과 국가 산업을 볼모로 잡아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이기적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총파업을 계기로 정쟁만 첨예해진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는 물류업계의 오랜 난제다.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노·정의 정면 충돌이 있어왔다. 사회적 비용은 컸다. 후속 입법과 특위 차원의 중재로 사태를 풀 수 있었다. 정작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일몰제를 폐지하는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종료된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도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안전운임제 시행결과와 논의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뿐, 여야 입장차만 확인했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은 사회에 첨예한 갈등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안을 마련해 제도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갈등을 가시화, 구체화, 제도화하는 정치의 역할을 방기한다면 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그 사회는 억눌린 갈등으로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회 6월 노·정 합의대로 안전운임제를 정착·확장시키는 후속 입법을 조속히 매듭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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