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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900점·연봉 6000만' 직장인도 "돈 빌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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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3.98%, 주담대는 8% 눈앞
우량 차주여도 영끌족은 1금융권 이용불가
DSR 완화 없다…'돈맥경화' 다음해도 지속

'신용 900점·연봉 6000만' 직장인도 "돈 빌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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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당장 5000만원이 필요해져 시중은행 2곳을 찾았다. 신용 909점에 연봉이 6100만원인 우량차주라 승인을 예상했지만 부결됐다. 지난해 11월 대출로 집을 사면서 돈을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3억2000만원과 신용대출 5000만원·23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아예 한 푼도 안 빌려줄지는 몰랐다"면서 "2금융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서도 다 못 빌리면 차액은 3금융에서 메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부산 남포동의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40대 회사원 B씨의 신용점수는 964점, 연봉은 4200만원 정도다. 부업으로 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위해 3000만원의 추가자금이 필요한데 시중은행에서는 거절당했다. 주담대 1억9600만원에다가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 5년 만기로 빌린 신용대출 2130만원이 발목을 잡았다. B씨는 "2금융권을 찾아갔지만 원하는 금리로는 3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었다"며 "대출금리가 더 오른다는데 고금리를 감수하고 빌려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900점이 넘는 신용점수와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들이 돈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취약계층뿐 아니라 2·3금융권 대출이력이 없고 연체도 해본 적이 없는 우량차주이지만, 금융규제와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심사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 대다수가 최근 1~2년새 무리한 대출로 집을 마련한 ‘영끌족’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빚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부터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3.98%로 공시했다. 한 달 만에 0.58%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8개 대형은행의 자금조달 금리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 지수로,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기준이 된다. 이에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7%를 넘어 8%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점점 더 받기 어려운 대출…내년도 팍팍한 '돈맥경화' 계속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신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1년 동안 소득대비 갚아야 할 모든 원금과 이자를 따진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3단계 DSR 비율은 40%로,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가도 적용 대상이 된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면 그만큼 새로 받을 수 있는 대출가능한도액이 줄어든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C씨가 대표적인 예다. 시중은행에서 2500만원의 자금을 빌리려 했지만 DSR 규제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주담대 잔액이 2억5000만원이나 남아있는 데다 40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통장을 모두 쓰고 있고, 신용대출도 1800만원이나 있다. C씨는 "연봉이 6000만원인데 2금융으로 가면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집을 샀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지난해 연말 집을 소유한 사람은 1508만9000명이다. 무주택자였다 집을 산 이들이 103만6000명인데, 2017년 통계집계 이후 해당 수치가 100만명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 구매 여력이 낮은 30세 미만 주택보유자도 29만1000명으로 9.9% 늘었다.


문제는 무리한 주택구매를 위해 다중채무(3곳 이상 대출)를 감수한 이들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빚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대출자 중 22.4%가 다중채무자다. 지난해 말 22.1%에서 0.3%포인트 늘어 통계집계 이래 가장 많다.



직장인들의 돈 빌리기는 당분간 계속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완화했지만, DSR 규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DSR 완화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DSR 규제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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