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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의 피스앤칩스]반도체 장비 먹거리 많다는데…미·일·네덜란드만 웃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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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지난해 44.2% 성장
미국·일본·네덜란드 장비사가 시장 80% 차지
기술 장벽 높고 R&D 비용도 상당

편집자주반도체. 매일 듣지만 설명하려면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는 개념입니다. 현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이니 모르면 안 될 것 같은데, 막상 반도체를 다룬 기사와 책은 어렵기만 해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반도체 참 재밌는 것 알고 계신가요? 반도체 부품 하나에도 업계 전반의 메커니즘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다소 불편한 반도체 분야의 숨겨진 맥락과 의미, 피스앤칩스에서 떠먹여 드릴게요. 숟가락만 올려두시면 됩니다.
[김평화의 피스앤칩스]반도체 장비 먹거리 많다는데…미·일·네덜란드만 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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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44.2% 급성장을 기록하며 1025억달러(약 145조4065억원) 규모를 자랑한 시장이 있습니다.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만 19.3%에 이를 정도로 높은 기대를 받는 곳인데요, 바로 반도체 장비 시장입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내년에 1200억달러(약 170조2680억원) 규모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도 먹거리를 챙길 수 있는 시장인지 궁금증이 듭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과점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상위 5대 반도체 장비사가 전체 시장의 79.5%를 차지했죠. 차례대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22.5%) ▲네덜란드 ASML (21.4%) ▲미국 램리서치(14.2%) ▲일본 도쿄일렉트론(12.4%) ▲미국 KLA(9.0%) 등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세 국가에서만 80%에 육박하는 장비 공급이 이뤄진 건데요, 세계 10대 장비사로 넓혀도 세 국가만 언급될 정도로 시장이 편중된 상황입니다.


시장 먹거리는 늘어나는데 나누는 사업자가 적으니 기업별로 얻는 수익이 클 수밖에 없겠죠? 지난해 상위 5대 장비사의 세계 매출액은 총 816억달러(약 116조189억원)로 한국,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부분 발생했다고 합니다. 향후 반도체 시장이 크면서 장비 수요도 늘어날 것이기에 수익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인데요, 여기에 최근 신설되는 반도체 공장들이 주로 기술 난도가 높은 첨단 공정 기반이라고 하니 그에 따른 추가적인 수요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여러모로 '꽃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자연히 '그럼 한국도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의문이 들지만 다른 과점 시장이 그렇듯 반도체 장비 시장도 워낙 장벽이 높다고 합니다. 반도체 자체가 미세 공정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기술 산업인 만큼 제조에 쓰이는 장비도 상당한 기술 난도가 요구되는 거죠. 삼성전자가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선제적으로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양산을 시작해서 업계 화두에 올랐는데요, 3㎚ 공정이 반도체 회로 간격(선폭)을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3 수준으로 좁힌 개념이라고 하니 해당 공정에 쓰이는 장비 제조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잘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제공해 다수 반도체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ASML도 장비를 선보일 때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쏟았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체격의 기업만 살아남은 것이 현재의 반도체 장비 시장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거 반도체 장비 시장에선 다수 사업자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점차 기술이 고도화하다 보니 R&D 비용 등 사업에 필요한 자본이 커졌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인수합병(M&A)되는 식으로 시장이 재편됐다는 설명입니다. 램리서치가 2012년 노벨러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 사례죠. 엄재철 영진전문대 반도체전자계열 교수는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은 통상 연 매출액의 10~15%를 인력비를 제외한 순수 R&D 비용으로 투자한다"며 "20조원을 번다고 하면 2조~3조원을 투입한다는 건데 막대한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79억달러(약 11조1983억원).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1위 사업자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기록한 지난해 매출액(230억6000만달러, 약 32조6991억원)의 34% 수준에 그쳤습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속속 성과들이 들려오긴 하지만 여전히 체격 차이가 큽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에서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전략 마련과 지원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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