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배터리 탈중국]①공급망 새판짜기…"中 대신 어디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뉴스듣기 글자크기

(1)인플레 감축법 시행…배터리 광물 공급망 다변화 과제
'자원부국·미국과 FTA 체결' 조건 갖춰야

편집자주배터리 업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행이 불과 4개월 남짓 남으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간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해온 중국의 대안을 찾아낼 길이 요원하다는 점 때문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국 외 지역에서 여러 공급망을 확보해뒀지만, 물량 수급이나 가격 변동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위험요인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탈중국을 향한 세계적 흐름이 거세질 지,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미국이 한발 물러설 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미·중의 공급망 새판짜기를 맞닥뜨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위기와 해법을 짚어본다.


[배터리 탈중국]①공급망 새판짜기…"中 대신 어디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미국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광물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지배가 예상보다 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PIIE는 원자재별로 채굴단계에서 리튬은 칠레와 호주, 니켈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지배적이지만, 처리단계로 넘어와서는 중국이 주요 설비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면서 미국 주도의 화석연료 공급망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내년부터 시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세계적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이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배터리 기업들에게 주요 광물의 채굴과 처리, 생산을 주도해온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지를 찾아야 하는 불똥이 떨어지면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새 공급망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 중국과 협력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미국을 향해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시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탈중국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지 국가로 호주와 칠레를 주목하고 있다. 자원부국이면서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서다.


미 정부는 인플레 감축법에 따라 내년부터 판매되는 전기차 중에서 배터리 원재료의 최소 40%를 미국 내 또는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생산을 했다는 조건을 통과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비율은 해마다 10%씩 늘어나 2027년부터는 원재료의 80%를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 역시 북미에서 생산·조립되는 최소 비율이 2023년 50%에서 매년 상승해 2029년에 100%에 달해야 한다.


[배터리 탈중국]①공급망 새판짜기…"中 대신 어디로?"



미국 내 전기차 밸류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중을 담고 있는 만큼 우리 배터리 업체들도 탈중국을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 내 광산 진출이다.


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히는 리튬의 경우 미국의 매장량은 세계 4위로, 현지에서 리튬을 조달하게 되면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IRA법의 혜택을 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 내 광물 증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을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다.


다만 미국 내 광산 개발 사업들이 최근 지역사회와 환경운동단체 등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칠레의 광물업체인 안토파가스타사는 미네소타주에 구리 니켈 광산 개발을 시도하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로 좌절된 바 있다.


[배터리 탈중국]①공급망 새판짜기…"中 대신 어디로?"



호주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해온 국가라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니켈 가공품 장기 구매계약를 체결하기도 했으며, 포스코그룹도 호주 헨콕사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해 이차전지 등 미래 핵심원료 사업 협력 확대 키로 했다.


최근 열린 '한-호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에서도 양국 간 에너지·광물자원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호주의 핵심 광물은 세계 생산 순위로 리튬 1위를 비롯해 코발트·망간 3위, 희토류 4위, 니켈 5위 등이다.


칠레는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의 대표적인 광물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리튬의 세계 매장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며, 생산량으로는 30%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칠레 SQM과 2029년까지 약 5만5000톤의 리튬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도 주목받는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투자 자금 7억1000만달러(약 9500억원) 확보,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 미체결국으로 IRA 법안 수혜를 받을 수 없어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IRA법안을 계기로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곧바로 대체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중국 일변도의 원자재 수급을 다변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기업들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 배터리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와 중앙행정부처가 종합적인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터리 탈중국]①공급망 새판짜기…"中 대신 어디로?"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