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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가상화폐→가상자산'…바뀐 코인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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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비트코인 가격
6개월만에 50% 넘게 하락

세계경제 악영향, 화폐역할 한계
가상자산으로 명칭 바뀌어

가상화폐, 암호화폐라 불리던 코인의 명칭이 가상자산으로 통일되고 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시장 스스로 한 일이다. 이 변화가 현재 코인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코인에서 화폐라는 단어가 떨어져 나가고 있는 건 사람들이 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하긴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소소한 교환 매개체로서 역할은 가능하지만 도입 초기에 꿈꿨던 세계 어디에서나 쓰일 수 있는 통화가 되긴 힘들다고 본 것이다.


[이종우의 경제읽기]'가상화폐→가상자산'…바뀐 코인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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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가상화폐→가상자산'…바뀐 코인의 개념

사례를 보면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년 11월 6만7천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이 6개월만에 2만8천달러로 떨어졌다. 만일 달러가 6개월 사이에 60% 떨어졌다면 세상이 어떻게 됐을까? 국제 통화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하는 등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1978년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5년 사이에 달러의 구매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어느 누구도 달러로 발행된 채권을 사려 하지 않았다. 달러 가치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짐작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미국 국채를 샀다가 낭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권을 팔아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올리든지, 아니면 원리금 지급을 달러가 아닌 다른 안전한 통화로 보장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당시 미국은 후자를 선택했다. 달러 대신 스위스 프랑으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했는데, 취약한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만약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였다면 몇 개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달러 가치가 5년간 절반으로 줄어도 세상이 그 난리였는데, 6개월에 가치 하락률이 50%를 넘었다면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을 것이다. 국제 자본과 무역 결제 시스템이 마비돼 그 영향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쳤을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가상화폐가 화폐로서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고, 가상화폐에서 가상자산으로 단어가 바뀌었다.


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국내외 금리 상승으로 주식, 채권 등 투자자산이 흔들렸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코인의 가격 하락이 가장 크고 빨랐다. 상황이 어려울 때 가격은 그 자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믿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룰이 적용된 것이다.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11월 2조 9,700억달러였던 전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5월초에 1조 3,720억달러로 떨어졌다. 약 1.6조 달러가 줄어든 건데 감소율이 50%를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스테이블 코인에서 발생했다. 가치가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고정되어 있어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안전하다는 장담과 달리 스테이블 코인인 루나 가격이 2~3일 사이에 119달러에서 0.01센트까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 영향으로 이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주요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 몇 개를 제외하고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투자자산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신뢰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은 후 세 번의 큰 조정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14년이다. 1055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만에 183달러로 83% 하락했다. 당시 가격 하락은 가상자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논쟁에서 촉발됐다. 실체를 둘러싼 논쟁이 가격 하락으로 번진 경우다. 2018년에 두 번째 하락이 있었다. 19,041달러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이 1년사이에 1,865달러로 90% 떨어졌다. 가상화폐가 교환의 매개물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이 가격 하락을 촉발시킨 원인이었다. 세 번째 하락은 2019년 중반에 시작됐다. 두 번째 하락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이 12,733달러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3,358달러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이 원인이었다. 세 번의 큰 하락 사이에 무수히 많은 소소한 하락도 있었다. 소소하다 해서 몇 퍼센트에 그친 게 아니라 크면 30% 넘게 내려갈 정도였다. 회복 속도는 달랐는데, 소소한 하락은 한 달 안에 원래 가격을 회복한 반면 큰 하락은 길면 1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번이 네 번째 큰 하락이다. 이유는 앞의 세 경우와 다르다. 지난 세 번의 하락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둘러싼 다툼이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은 신뢰의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투자금액 전부를 까먹을 수 있는 대상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해에 기관투자자가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본격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번 하락으로 기관투자자는 그 동안 올렸던 수익의 상당부분을 까먹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에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다. 거품이 빠지는 건 물론 신뢰도가 낮은 코인의 다수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상자산은 10년 넘게 많은 회의적인 시각을 넘어왔다. 이번에도 비트코인의 경우 3만달러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이런 생명력을 감안하면 대표 가상화폐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요 몇몇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이다. 현재 시장에는 9천개 넘는 알트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지금도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17년에 여러 알트코인이 발행 목적을 밝힌 백서를 공개하면서 가상화폐 붐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목적이 불분명한 코인까지 덩달아 올랐다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고 큰 손실이 발생했다. 지금도 당시처럼 다수의 알트코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코인의 가격 하락이 신뢰도 추락이란 새로운 상황 때문에 벌어진 만큼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1차 하락은 가상자산이 교환 매개물이 될 거란 논리 도입으로 수습됐다. 교환 매개물이 될 거란 환상이 무너져 발생한 2차 하락은 디지털 금이란 개념 도입으로 수습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가상자산이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면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랜 시간 과거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새로운 논리는 가상자산에 신뢰도를 보강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다른 요인을 가져다 붙인다 해도 이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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