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손과 똑같다"…가볍고 두 배 빠른 인공근육 개발

카이스트 연구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존의 느리고 무거운 로봇팔(의수)와 달리 가볍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형상기억합금 인공근육'이 개발됐다.

29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오일권 카이스트(KAIST) 교수 연구팀은 기존 구동 속도 대비 2배 이상 빨라진 스프링 형태의 형상기억합금 구동기를 이용해 사람과 동물의 골격근처럼 힘을 낼 수 있는 ‘형상기억합금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또 이를 활용해 착용형 의수와 고양이의 독특한 발톱 구조에서 착안한 생체모방 로보틱스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형상기억합금은 가열에 비해 현저히 느린 냉각 속도로 인해 인공근육으로 사용 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일반 전자부품이나 칩 등의 온도를 빠르게 낮추기 위해 표면에 뾰족한 방열판을 부착하는 것에서 착안, 스프링 모양의 형상기억합금 표면에 뾰족한 구리 나노와이어를 균일하게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형상기억합금의 표면적을 높이고, 열이 외부로 전달되는 것을 촉진시킴으로써 형상기억합금의 냉각을 가속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은 일반 형상기억합금에 비해 2배 이상 가속된 구동 속도를 보여 실제 손과 비슷한 속도로 손가락을 굽히고 펼 수 있는 의수를 개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개발된 인공근육이 동물의 골격근과도 유사하다는 점에 집중하여 구동 속도가 빨라진 인공근육을 생체모방 로보틱스로 응용했다. 고양이가 필요에 따라 개폐식 발톱(retractable claw)을 드러내고 감추며 지면과의 마찰을 제어하는 특징에 주목하여 생체모방 개폐식 발톱을 구현한 것이다. 기존 보행 로봇 발바닥에 부착된 단순 고무를 대체해 울퉁불퉁한 길과 같은 험지를 걸을 때 발톱을 이용해 보행 로봇이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팀은 "실제 근육의 움직임과 유사한 속도로 인공근육이 움직이도록 해 미래 로봇, 착용형 근육, 휴먼 증강 슈트, 보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근육이 적용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2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