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랜드월드에 자금과 인력을 부당하게 지원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과징금 40억7900만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가 소유한 전남 무안군 소재 토지와 인천시 부평구 소재 창고를 매입하기 위해 계약금을 지불했으나 6개월 뒤 계약을 해지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대금의 약 84%에 달하는 56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고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내지 않았으며 토지에 매매대금보다 많은 근저당이 설정돼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거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이랜드리테일 내부적으로도 자산을 취득할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었다.
공정위는 당시 재무·신용 상황으로 신규 차입이 사실상 어려웠던 이랜드월드가 이 계약을 통해 56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181일동안 무상으로 차입할 수 있었고 이 기간에 발생한 이자 비용 13억7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랜드월드는 기업집단 이랜드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계열사다. 2010년 이후 진행된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겨 2014~2017년에는 자금 사정이 더 나빠진 상태였다.
이랜드리테일은 부동산뿐 아니라 브랜드 양도를 통해서도 이랜드월드를 부당지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4년 5월 의류브랜드 '스파오(SPAO)'를 이랜드월드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양도대금 511억원을 2017년 6월까지 분할 상환하도록 유예하면서 지연 이자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랜드리테일이 '스파오'가 미래 수익 창출능력이 있다는 점, 이랜드월드가 대금을 지급할 현금이 없다는 점을 알았음에도 이 거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최대 511억원의 자금 지급을 유예해 유동성을 공급받는 효과를 누렸고 이자에 해당하는 최소 35억원의 경제상 이익도 봤다.
이랜드리테일은 2013년 11월 11일부터 2016년 3월 28일까지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의 인건비 1억8500만원을 대신 지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원행위로 이랜드월드는 총 1071억원 상당의 자금을 무상으로 받았고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로서 발행했던 3000억원 규모의 이랜드리테일 상환전우선주(RCPS)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부담도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 따른 과징금은 이랜드리테일이 20억6000만원, 이랜드월드는 20억1900만원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회사 간 변칙적인 자금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활용하여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위법행위를 제재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룹의 소유,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의 지원을 동원한 행위를 시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국민의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의류 도·소매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생활 밀접 업종의 경쟁을 저해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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