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법, 뇌출혈 아버지 방치한 '간병 살인' 20대 아들 징역 4년 확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대법, 뇌출혈 아버지 방치한 '간병 살인' 20대 아들 징역 4년 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AD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중병을 앓고 있는 50대 아버지를 간호하던 중 방치해 숨지게 해 이른바 '간병 살인' 논란을 일으켰던 20대 아들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23)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씨는 단둘이 살아오던 아버지 B씨(56)가 2020년 9월께부터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그동안 병원비를 부담해온 B씨의 동생 C씨가 더 이상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게 되자 B씨를 퇴원시켜 집에서 돌봤다.


퇴원 당시 B씨는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었고, 코에 삽입한 호스를 통해 위장으로 음식물을 공급하는 '경관 급식' 형태로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고, 폐렴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위중한 상태였다. 병원에서는 퇴원하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A씨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퇴원 이후 병원의 안내에 따라 물과 약, 음식물을 공급하던 A씨는 퇴원 이틀째부터 처방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을 정상적인 공급량보다 적게 주다 일주일 뒤부터는 홀로 방치해 지난해 5월께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부친이 사망한 뒤 119구급대와 경찰에 신고했는데, B씨의 시신을 살펴본 경찰이 사망 원인을 의심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B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단게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친이 회복할 것이란) 기약 없이 매일 2시간 간격으로 돌보며 살긴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퇴원하기 전 C씨가 생계 지원, 장애 지원 등을 받으라며 관련 절차를 알려줬지만 A씨는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하급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은 점을 비롯해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존속살해 혐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A씨 사건은 어린 나이에 병든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의 '간병 살인'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A씨가 월세를 내지 못하고 도시가스, 인터넷 등이 끊기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2심 판결을 앞두고 탄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 시절 관련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히는 등 대선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건을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고, 김부겸 총리는 제도 보완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