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 기자간담회서 "내달 금통위 전 차기 총재 취임 가능"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다.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31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가진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한은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 선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은 과거 정책운용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로 유지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1.1%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햐항하고, 물가 전망은 상향하는 등 재차 조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곧바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다"며 "이미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국내 수출 기업의 애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물가에 꽤 상승압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성장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따라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은 성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 모든 것을 두루 고려해서 결정되는 만큼 성장 자체가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주열 "지명자 학식·정책 운영 경험·국제 네트워크 등 출중"=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새 한은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에 대해 이 총재는 "방금 총재 지명 발표 소식을 들었다"면서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한 총재 공백 우려에 대해 그는 "2번의 청문회를 거쳤던 저의 전례를 비춰보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까지는 취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관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차질없이 수행될 것"이라며 "수장 공백에 따른 우려는 기우"라고 전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정지출이 확대돼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지적 관련해서는 "새 정부는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하고, 재정 금융정책은 취약부문에 대한 선별지원을 하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정책 조합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코로나19 위기였던 최근 2년간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꼽았다. 이 총재는 "2년 전 상상도 못했던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금통위원과 내부 임직원, 경제부총리 등 관계기관장들과 긴박하게 협의해 고심의 산물로 전례없는 정책수단을 동원했던 기억이 남는다"면서 "지난해 8월 금리 인상 시동을 걸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과정"이라고 회고했다.
'43년 최장수 한은맨'인 이 총재는 한은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어느 조직이든 발전의 핵심동력은 인적자원의 역량"이라며 "개개인이 부단히 자기계발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은 이를 뒷받침해 전체적으로 역량을 최대화하면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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