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 게임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현행 게임법에 따라 P2E 게임을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하면서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가 국내 게임사들의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박탈하고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팽팽한 게임위 vs 게임사=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가 최근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받았다. 무한돌파삼국지는 국내에 첫 출시된 P2E 게임이다. 게임 내 퀘스트 등 플레이를 통해 ‘무돌코인’을 획득하고, 이를 환전해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클레이’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출시 직후 1시간 게임을 즐기면 1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인기게임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게임은 당초 구글스토어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의 자율심의규제를 통해 출시했지만 게임위의 사후 모니터링에 적발됐다. 현재 나트리스는 등급분류 결정 취소 사유에 대한 소명 자료를 준비중이다. 등급분류 결정 및 거부 결정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게임 서비스가 중지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의 P2E게임에 대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임위는 지난 4월에도 스카이피플의 블록체인 활용 모바일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에 대해 등급분류 결정 취소를 내렸다. 게임 아이템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행정소송은 진행 중이다.
◆"사행성 규정, 이제는 바뀌어야"= 이 같은 게임위의 규제는 게임이 사행성 조장을 못하도록 막은 현행법에 근거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련 법률 제32조 1항 7조에는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은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환전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법이 이렇게 정비된 것은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비롯됐다. 게임위는 가상자산으로 환전 가능한 게임 내 재화가 바다이야기의 환전 수단으로 활용된 ‘점수보관증’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임위의 규제 움직임에 게임업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PG게임을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 게임’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며 "지나친 규제는 혁신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은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거스르기 힘든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위메이드는 이미 P2E 게임 ‘미르4 글로벌’을 해외 시장에 내놓으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국내 굴지의 게임사들도 내년 P2E 게임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 과금으로 지쳐 있던 국내 이용자들 역시 ‘P2E’ 개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 이용자들 중에선 가상 사설망(VPN)을 활용, P2E 게임의 해외 서버에 우회 접속하려는 시도도 줄잇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회 접속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이런 게임법 규정에서 단순히 NFT만 허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행성 규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의 흐름은 누구도 어느 회사도 막을 수 없으며 그 흐름을 어떻게 양질의 성장으로 만드는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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