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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인사이트]또 불거진 '여경 무용론'…무작정 비난·옹호보다 내부진단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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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비중 꾸준히 느는데
경찰 내부에서도 불신 존재
반복적 논란 이유 분석하고
'국민 보호' 본연 임무 고민해야

‘160만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대략적인 범죄 건수입니다. 강력범죄, 지능범죄, 교통범죄, 사이버범죄 등 범죄 유형도 다양하고 그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범죄 인사이트>에서는 국내 주요 범죄 양상 분석, 범죄 예방·대처법 소개를 비롯해 치안 현장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여경 무용론' 논란입니다.


[범죄 인사이트]또 불거진 '여경 무용론'…무작정 비난·옹호보다 내부진단이 먼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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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두고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덩달아 '여경 무용론'도 거세지고 있다. 여경의 현장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잊을 만하면 불거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경 무용론을 일각의 '여성 혐오' 목소리만으로 치부하기에는 그간 경찰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국 곳곳에서 쉼 없이 치안 활동에 매진하는 여경들이 대부분이고, 모든 여경이 사건 현장에 출동할 필요가 없는 것도 맞다. 또 실제 수사·형사에서 활약하는 여경을 비롯해 여성 대상 범죄 대응이나 집회 시위 현장, 가정폭력·성폭력 범죄 등 여경이 꼭 필요한 분야도 존재한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에 걸쳐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제대로 된 점검과 조사,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경찰이 내부 조직 문화와 분위기 등을 점검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높아지는 여경 비중…조롱도 여전

여성 경찰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체 일반경찰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1.7%, 2019년 12.6%, 2020년 13.4%로 해마다 증가했다. 선발 인원도 크게 늘어 올해 순경 공채(101단 제외)의 경우 1차에서 2700명 중 739명(27.3%), 2차에서 2128명 중 582명(24.8%)을 여성으로 선발했다.


치안 현장을 지키는 여경이 늘수록 이들을 지켜보는 시민사회, 경찰 내부의 눈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에 과거부터 일정 부분 쌓여온 여경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형국이 돼버리기 일쑤다. 실제 이번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논란이 됐던 몇몇 사건들을 모두 끄집어내거나 비하적 표현을 사용해 조롱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그렇지만 '여경을 없애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 대안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경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이 모두 불만 끄는 것은 아니듯, 경찰관 모두가 범죄자를 잡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아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연대 대표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대응 등 현장에서 여경이 필요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인사이트]또 불거진 '여경 무용론'…무작정 비난·옹호보다 내부진단이 먼저

경찰 내부에서조차 "업무 수행에 성별 차이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여경에 대한 불신은 존재한다.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는 2018년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남녀 경찰관 61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여성 경찰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질문에 남성 경찰관 72.6%가 부정적(전혀 그렇지 않다 45.8%, 그렇지 않다 26.8%)으로 답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 경찰관 또한 부정적 응답이 52.9%(전혀 그렇지 않다 26.3%, 그렇지 않다 26.6%)로 절반을 넘었다. 남녀 경찰관 모두 여성 경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경찰관 2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서는 경찰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대부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인식했다. 심층면접 답변을 보면 "여경 불신의 이유는 근력 부족이 큰 이유죠. 여경이 남경과 비슷한 체력요건을 갖춘다면 불신 해소 가능하겠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렇지만 대다수분들이 여경분들 체력에 수준에 대해서 조금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 인식들이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업무에서도 여경은 지원업무 이상을 하지 않아요" 등 전반적으로 여성 경찰의 업무 수행 능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

논란 해소를 위한 해법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논의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채용 과정에서 남녀 동일한 기준으로 선발·평가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올해 6월 경찰관 채용 과정에서 남녀 체력검사를 통일하는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에 따라 경찰 선발 과정에서 체력검사는 남녀 동일 기준이 적용된다. 2023년부터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선발 과정에 적용되고, 2026년에는 모든 경찰관 선발 과정에서 전면 시행된다. 장기적으로 남경과 여경의 차이를 줄이는 가장 큰 제도적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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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 본연의 임무인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책임 소지를 가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여경이냐 남경이냐에 앞서 경찰관은 범죄 위협을 받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단순히 경찰관 한 개인에 대한 감찰조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심층적 진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경찰이 국민 앞에 그 답을 내놓을 때도 된 것 같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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