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파 라이시, 대통령 취임...핵합의 협상 재개 여부에 촉각(종합)

"제재해제 위해 외교 총력" 강조
美 국무부도 "핵합의 협상 재개 촉구"
美 직접대화보단 사우디 통한 우회협상 전망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란 내 강경파 성직자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제13대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이란 제재해제를 위한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달 이후 잠정 중단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강경파 집권에 따른 협상 난항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란 의회의사당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임을 상징하는 검은색 터번을 머리에 쓰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그동안 이란 내 세속주의 온건파 세력을 주축으로 정국을 이끌었던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모습으로 분석된다. 이날 취임식에는 이란 각계 지도층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 73개국에서 온 사절단이 참석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새 행정부는 이란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란제재는 반드시 해제돼야 하며 이를 위한 어떤 외교적 계획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패 척결과 이란 내 차별 철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와의 관계 강화 등을 새 정부의 정책 핵심 기조로 꼽았다.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민생회복과 제재해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것은 현재 이란이 처한 심각한 경제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서방의 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겹치면서 물 부족과 전력 부족 사태 등이 잇따르고 있다. 민생고에 따른 전국적인 시위도 촉발되면서 정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라이시 행정부가 이란핵합의 복원협상 재개에 나설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라이시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성명을 통해 이란핵합의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라이시 대통령이 제재 해제에 진심이라면 이란이 조속히 핵합의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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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외강경파 성직자 출신인 데다 미국의 대이란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가 있는 라이시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협상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지난해 1월 미군의 무인기 폭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추모하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연설 도중에도 "외국에 모든 것을 얽매이진 않을 것이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무조건적인 협상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언제든 대미 협상 자체를 깰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란의 최대 숙적인 이스라엘도 라이시 대통령의 취임에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이시 대통령 취임으로 이란의 핵 능력이 강화될 것이며 전 세계가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언제든 이란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에서는 라이시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과의 직접 대화보다는 사우디와의 관계정상화를 통한 간접적 방법으로 외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 내 정치분석가인 모스타파 코셰임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부터 줄곧 사우디와의 관계개선을 가장 먼저 언급해왔다"며 "미국 등 서방과의 핵합의 협상보다는 사우디와의 외교와 교역 강화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