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앞두고 주요 명소 KTX열차·숙박 매진
'여행객 막아달라' 청원글 올라와
전문가 "방심은 금물...사람 간 접촉 많은 명소 피해야"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이 시국에 무슨 해돋이 여행입니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가지 말아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새해 해돋이 여행을 계획하는 시민들이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새해 해맞이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있지만, 호텔 등 숙박업소의 예약은 대부분 만실에 달하는 등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방역구멍이 우려된다.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다수가 모이는 여행 명소를 피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새해를 맞이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는 새해맞이 해돋이 여행을 계획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현재 확진자가 연일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한 회원은 "연말연시이기도 하고 연인과 해돋이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아무래도 강원도로 가려고 계획 중인데 해돋이가 잘 보이는 펜션 혹은 호텔, 리조트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달라"라는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OO지역 해넘이 명소 리스트', '새해 해돋이 OO해변 숙박 예약', '국내 일출 명소 추천', '산속 캠핑장 일출 잘 보이는 곳' 등 해돋이 관련 글이 올라와 있다.
이렇다 보니 해맞이객의 방문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최근 청원 게시판에는 '해돋이 인파가 몰리지 않게 해변 및 해안가 출입을 금지시켜주세요', '해맞이 강릉행 KTX를 중단해 주세요', '동해안 해돋이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현재 1월 1일 서울에서 강릉행 KTX가 모두 매진이고 정동진, 포항 등 해돋이 명소인 동해안에 사람들이 붐빌 예정"이라며 "서울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한 명 두 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좁은 동네라 전염성이 더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KTX를 막지 못한다면 3단계는 물론 시행되어야 하고 우리 경제 또한 올스톱이라고 생각한다"며 "동해안에 해돋이 보러 못 오게 해 달라. 코로나로 직장까지 잃었다. 삶의 터전까지 잃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로 꼽히는 강원 동해시와 강릉시 등 동해안 지역에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시는 지난주만 해도 누적 확진자 7명을 기록하며 한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중앙초등학교와 동해병원에서 시작된 연쇄감염이 확산하면서 지난 17일 이후 닷새 만에 7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강릉지역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20일 하루에만 11명이 감염되는 등 강원 동해안 지역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강릉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0명에 달한다. 이에 강릉시와 동해시는 드라이브 스루와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전 시민 대상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동해안 지자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새해 해맞이 행사를 전면 취소한 바 있다. 성탄절과 새해 첫날 등 각종 연휴에 해맞이를 보러오는 여행객들로 인해 밀집도가 높아져 집단감염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오는 31일 해돋이 명소에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코레일 앱에 따르면 새해 전날인 31일 서울발 강릉행 KTX 15편 중 대부분이 매진됐다. 이뿐만 아니라 동해안 대형리조트와 호텔 등 숙박업소의 연말 객실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해맞이 관광객을 일일이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시민과 관광객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지켜 대규모 감염 사태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해돋이가지마', '#해돋이가지말라고', '#강릉가지마' 등 해돋이 여행을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집에 머물러 달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다수가 모이는 고위험 장소는 피하고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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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시기인데 경각심을 늦추는 것은 감염을 확산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겨울철 날씨, 미세먼지 등으로 전파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사람 간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외출을 삼가고 손 씻기·기침 에티켓·주변 환경 위생 등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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