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옹호'하는 초등생 유튜버 논란
전문가 "경쟁 사회로 인한 폐해"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조두순 욕하는 사람들은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다음 달 13일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최근 한 초등학생 유튜버가 자신을 '조두순 아들'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두순은 자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유튜버는 자신을 '조두순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물론 그를 옹호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은 영상 조회 수만을 올리기 위해 극악무도한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을 두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는 유튜버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더욱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조두순 아들입니다. 우리 아빠 건들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조두순을 건드리면 내가 다 총으로 쏴 죽일 것"이라며 "이제 조두순이 출소하는데, 그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은 괜찮으나 욕하거나 때리지 말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으로 알려진 이 유튜버는 영상 썸네일(표지 사진)에 '조두순 만세'라는 문구를 넣는가 하면, 영상 소개 글에는 '12월에 안산경찰서 가서 조두순 건드는 거 나한테 발각되기만 해봐라. 싹 다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도 했다. 해당 영상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2주 만에 조회 수 3만8000회를 돌파했다.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광고수익과 연관된다. 유튜브에는 영상 재생 전이나 중간, 말미 등 여러 방식으로 광고가 붙는다.
영상의 길이나 독자 수 등에 따라 광고 수익이 다르지만, 일부 상위 유튜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유튜버 대부분은 조회 수 1000회당 1달러(약 1100원) 미만을 받는다. 즉, 영상의 조회 수가 늘어나면 유튜버들의 수익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별다른 비용 없이 유튜브를 시작할 수 있다 보니 일부 초등학생들의 유튜브 관심도 높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유튜버를 포함한 '크리에이터(콘텐츠 창작자)'가 초등학생 장래희망 직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유튜브에 '초등학생 유튜버'를 검색하면 자신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나 화장법을 소개하는 뷰티 관련 영상 등을 게재하는 어린이 유튜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중 구독자 수가 10만이 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린이 유튜버가 일부 성인 유튜버와 마찬가지로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게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유튜브는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인 데다가 영유아도 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아이들이 돈을 목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경우도 있더라"면서 "이게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어른들이 먼저 반성하고 자식들에게 올바른 훈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18년에는 몇몇 초등학생 유튜버를 중심으로 '엄마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엄마의 사생활을 무단 촬영하는 내용으로, 당시 일부 어린이 유튜버는 엄마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 등을 몰래 촬영해 뭇매를 맞았다. 이들 영상 중 조회 수가 10만 건을 넘는 영상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일부 학부모는 유튜브가 어린 자녀의 교육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우리 아이들이 눈만 뜨면 유튜브를 보고 싶다고 휴대폰을 달라고 한다. 최대한 안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매일 아이들과 싸우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어 무조건 보지 말라고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튜브를 봐서 좋을 게 뭐가 있나. 요즘 유튜브에서 욕을 배우는 아이들도 많은 것 같아 너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유튜브 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튜버들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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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은 조회 수가 많을수록 만족감과 쾌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면서 "또 유튜버들이 늘어나면서 남들과 다른 더 독특한 소재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유튜버들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뭐든 하다 보니 무리해서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콘텐츠를 찍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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