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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구의 필뮤직]떠들고 춤추고 질러버려!... 이런게 영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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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와 척 베리 '펄프 픽션'과 '유 네버 캔 텔'

[아시아경제 임훈구 기자]

[임훈구의 필뮤직]떠들고 춤추고 질러버려!... 이런게 영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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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동안 두목의 애인을 잘 모셔야 하는 갱스터가 자제심을 발휘하며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미모의 그녀가 엉뚱한 사고를 쳐버린다. 초보 강도가 음식점에서 손님들의 돈을 터는데 그곳에 진짜 갱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한물간 권투선수가 검은 조직의 돈을 받고 져주기로 한 경기를 이겨 버리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할 수 있는 내러티브. 어떤 이에겐 재미있지만 다른 이에겐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들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단막극 또는 개그의 소재 같은 에피소드를 교묘하게 짜맞춰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펄프 픽션(1994)'을 만들었다. 시간 많고 할 말 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선형적 서사구조를 탈피한 영화적 시간, 다양한 캐릭터의 카오스적 존재론, 포스트모던한 시공간의 재배치 등등을 말하겠지만, 이 영화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영화를 섭렵하고 자기 멋대로 영화를 만드는 타란티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과 '펄프 픽션'은 커피를 마시거나 술자리에서, 또는 심야의 클럽에서 아재 개그를 쉼없이 떠들어대며 자기 이야기가 더 웃기지 않느냐며 말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


타란티노는 오우삼 감독의 조감독이 되어 '영웅본색' 같은 영화를 찍고 싶어 하며 하비 케이틀, 브루스 윌리스, 새뮤얼 잭슨, 팀 로스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는 쉼없이 떠들어댄다. (저수지의 개들 도입부의 남자들의 수다!) 영화와 음악과 개똥철학에 대해 쉼없이 말한다. 심지어 막 던진다. 그에게 영화는 친구들과 벌이는 한바탕 파티와도 같은 것이다. 이 영화의 로큰롤 클럽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대에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흉내내는 가수가 있고 메릴린 먼로와 제임스 딘처럼 꾸민 웨이터가 돌아다닌다. 그리고 벌어지는 트위스트 경연. 신발을 벗어던진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은 트위스트를 가장한 막춤을 춘다.

[임훈구의 필뮤직]떠들고 춤추고 질러버려!... 이런게 영화지


이때 등장하는 음악이 로큰롤의 개척자 척 베리의 '유 네버 캔 텔'이다. 로큰롤의 모태가 되는 리듬 앤드 블루스 기타 주법을 완성한 척 베리의 연주는 수많은 록뮤직 기타리스트들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무명 시절 비틀스는 척 베리의 카피 밴드였으며, 롤링스톤스는 그의 곡으로 데뷔하고 헌정 앨범을 발표했다. 비치 보이스의 '서핑 유에스에이'는 척 베리의 '스위트 리틀 식스틴'을 베낀 곡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로큰롤 최초의 슈퍼스타였다면 척 베리는 로큰롤의 위대한 작가로 불려야 할 것이다. 혁신적인 리듬과 도발적인 내용의 가사, 기성세대와 단절을 원했던 베이비 붐 세대들은 블랙홀처럼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로큰롤은 재즈와 함께 비주류의 문화가 당대의 주류문화로 등장한 역사상 첫번째 사례가 되었다.



PS. 과도한 코카인 복용으로 죽다 살아난 우마 서먼이 존 트라볼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던지는 아재 개그. 아빠토마토 엄마토마토 아기토마토가 걸어가는데 아기토마토가 자꾸 뒤처지니까 아빠토마토가 아기토마토를 움켜 쥐며 뭐라 그랬을까. "케첩" ㅋㅋ 아재 개그에는 국경도 세대도 없다.




임훈구 기자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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