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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엄마와 딸이 욕심내는 산나물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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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엄마와 딸이 욕심내는 산나물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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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해가 지나가면서 엄마와 딸은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나 팔순의 엄마는 아직도 딸이 아이처럼 보이는지 엄마의 시선에서 부족함에 지적을 하고 딸은 그런 엄마의 지적이 잔소리같지만 여전히 젊은 시절의 엄마처럼 어려움에는 의지하고 있다. 작은일에도 티격태격하면서 엄마도 딸도 한치의 양보가 없다.


이런 엄마와 딸이 특별히 사이가 좋아지는 때가 있는데 바로 봄이다.


봄에는 산으로 들로 나물을 뜯으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고 그때 서로 서운했던 이야기도 하고 못했던 이야기도 하게 된다. 그리고 봄나물, 산나물을 다듬고 데치고 말리고 보관하면서 딸은 엄마의 놀라운 능력들을 알게 되니 그때 만큼은 엄마의 말씀이 곧 진리이다. 우리집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올해도 엄마와 딸은 산나물을 다듬고 데쳐서 말리고 얼리고 장아찌를 담는다. 엄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되고 딸은 가장 순한 학생이 되어 엄마의 가르침에 잘 따를뿐이다.


산나물중에 엄마와 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물은 고사리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고사리를 뜯으러 뒷산을 오른다. 딸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고사리가 보이지 않는데 엄마는 어디서 찾아내시는지 주머니에 금방 고사리가 가득하다. 다리가 아프시다는 엄마는 간데가 없고 산길을 날아다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엄마만 있다.


봄이면 산나물이 많지만 다른 나물보다 고사리를 욕심낸다. 딸은 엄마를 부지런히 따라 다녀보지만 주머니에는 여전히 고사리가 몇가닥 없다.


딸의 고사리 주머니는 결국 동네 장에서 가득 채워진다. 토실토실한 봄 고사리는 데쳐서 잘 말려서 보관한다. 명절에, 생일에, 특별한 날에만 꺼내어 불리고 끓이고 다듬어 볶아서 고사리나물을 해 먹는다. 특히 엄마가 볶아주시는 고사리 나물은 엄지척이 바로 되는 나물이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한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칼륨과 인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말리면 이러한 무기질이 더욱 풍부해진다. 고사리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는 마늘과 대파로 고사리가 가진 비릿한 냄새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고사리는 독성과 쓴맛이 있어 그대로 요리하기보다는 데친후에 물에 불려서 먹는 것이 좋다. 엄마와 딸이 사이좋게 손질한 고사리는 이제 나물로, 고사리 가득 넣은 육개장, 고사리 깔고 조린 생선조림, 고사리 가득한 전으로 계속 변신된다.


엄마와 함께 다듬은 봄날의 고사리 나물을 오래 오래 맛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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