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처음으로 군사용 위성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경계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특히 이번 위성발사에 대해서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경 대응 중이죠. 군용 위성 발사에 사용된 미사일이 이란이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이번 발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IRGC는 22일(현지시간) 이란어로 빛이란 뜻인 '누르'라는 이름의 군용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인공위성은 이란 중북부 셈난주의 마르카지 사막에 있는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425km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고 합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란은 첫 군사용 인공위성을 보유하게 된 셈입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위성보다 해당 위성을 발사할 때 사용한 로켓입니다. 이 로켓은 이란어로 배달부라는 뜻을 가진 ‘가세드’란 이름의 미사일인데요. 가세드는 이란군이 지난해 공개한 사거리 약 100km의 미사일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란군은 이 미사일을 F-4 전투기에 장착 가능하다 밝히기도 했죠.
사실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로켓과 탄도미사일은 탄두를 탑재하느냐 인공위성을 탑재하느냐 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에따라 미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발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번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이야기했죠.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지난 2015년 채택된 것으로 이란이 8년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가세드 미사일로 군용 위성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주장이죠.
이에따라 이란의 독자적 미사일 기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사실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잇따라 궤도진입에는 실패한 바 있죠. 그런데 이번 누르 위성의 성공으로 자체 미사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의 미사일 전력과 관련해 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요. DIA는 보고서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며 "이란은 수십년간 이뤄진 제재 속에서도 미사일 규모나 정밀도 등에서 광범위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란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기술은 상당해 이미 이란에서 2000km 반경까지는 타격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그정도 사거리라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죠.
이러한 이란 미사일 기술발전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의소리(VOA)에 의하면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부터 계속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양국은 탄도미사일 기술에 대한 상호협력을 강화해왔는데요. 이란 MBRM의 근간이 되는 미사일인 샤하브-3 미사일이 북한 노동미사일과 무수단미사일 등을 개조하고, 해당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란이 특히 미사일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텔스전투기를 비롯한 최첨단 항공전력들과 대비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가 2018년부터 재개되면서 이란의 석유수출량은 연간 250만배럴에서 50만배럴 이하로 급감해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터져 확진자가 9만명에 육박하면서 첨단장비들을 도입할만한 예산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란이 수입할 수 있는 러시아의 첨단무기들도 미국에 비해서는 저렴하다해도 결코 쉽게 주문하기는 힘든 상황이죠. 러시아의 스텔스전투기라는 Su-57의 경우에도 대당가격은 약 5000만달러(약 580억원)로 1억5000만달러선인 F-22보다 저렴하다고는 해도 매우 비싼 편입니다.이에비해 북한 스커드미사일 1기의 가격은 사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0만달러부터 1000만달러 안팎으로 알려져있죠. 이란이 노후화된 공군력을 미사일 전력 강화로 메꾸고자하는데는 이러한 사정이 숨어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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