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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공혈견 vs. 헌혈견'…피 좀 뽑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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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공혈견 vs. 헌혈견'…피 좀 뽑을개! 헌혈 한 번으로 반려견 4마리를 살린다고 합니다. 헌혈 후 명예로운 '아임 도그너' 스카프를 획득한 반려견의 늠름한 모습. [사진='아임 도그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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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반려견 1000만 시대입니다. 반려견도 사람처럼 응급 상황에 처하면 수혈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반려견의 피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반려견이 교통사고를 당해 수혈이 필요한데 수혈이 가능한 헌혈견을 수소문하는데만 2~3시간 걸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처럼 미리 필요한 만큼의 피를 확보해두지 못하면 사고를 당한 반려견은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병원에서 "피가 부족하니 견주가 직접 구해오라"고 요구하면 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혈액은행을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미리 다른 개들의 피를 확보해두고 수혈에 대비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반려견주들은 자발적으로 헌혈을 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혈견(供血犬)'을 운영합니다.


사람들이 헌혈하는 것처럼 피를 나눠준다는 뜻인데, 수혈을 필요로 하는 반려견들을 위해 피를 뽑는 개들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지요. 공혈견은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오로지 수혈용으로만 기릅니다.


세계동물혈액은행 지침에 따르면 공혈견은 몸무게 27㎏ 이상의 건강한 개여야 하고, 채혈 이후 다음 채혈까지 6주의 시간이 지나야 하며, 몸무게 1㎏당 16㎖의 혈액을 채혈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공혈견에 대한 아직 명확한 관리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대채로 나이는 2~7살 정도의 몸무게 20~30㎏의 건강한 개여야 합니다. 공내 공혈견의 수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 200마리 정도, 개인 동물병원이 300마리 정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90%의 혈액은 민간 독점업체인 한국동물혈액은행에서 취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혈견 시스템은 동물보호 관점에서 보면 마음이 아주 불편합니다. 공혈견의 희생으로 다른 많은 반려견들을 살릴 수는 있지만, 평생동안 다른 개를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아줘야 하는 공혈견의 운명은 가혹하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공혈견들이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혈견을 없애고 사람처럼 가끔 반려견들도 헌혈해 수혈용 혈액을 확보하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18년 국내 최초로 '한국헌혈견협회'가 출범했습니다.


한국헌혈견협회는 지난해부터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현대자동차와 함께 'I'M DOgNOR:찾아가는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헌혈한 개는 '도그너(Dog+Donor)’라고 명예로운 명칭으로 불러줍니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헌혈견 문화가 보편화돼 있는데 헌혈한 개에게는 건강검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반려견들의 헌혈 동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반려견이 헌혈을 해도 괜찮을까요? 한국헌혈견협회는 "가끔 헌혈을 하면 적혈구 생산을 자극해 피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대사도 활발해져 개들의 건강에 좋다"고 밝혔습니다. 헌혈 후 3개월이 지나면 다시 헌혈할 수 있지만, 반려견의 헌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1년에 한 번 정도만 헌혈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반려견이 헌혈을 하면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건강검진'입니다. 소형견은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지만, 건강검진을 하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견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됩니다. 반려견 헌혈을 통해 전반적 혈액검사, 심장 사상충검사, 문진을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받아 반려견의 큰 질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공혈견 vs. 헌혈견'…피 좀 뽑을개! 헌혈한 후 자랑스런 '아임 도그너' 스카프를 목에 두른 어미를 부러워하는 새끼 개의 모습. [사진='아임 도그너' 홈페이지]

다만, 헌혈 한 번에 450㎖나 채혈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헌혈하기 2주 전부터 복용약과 예방접종을 중지하고, 헌혈 예정 8시간 전부터 금식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 마리당 검진과 채혈에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가량으로 하루에 보통 4마리씩 채혈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헌혈한 반려견에게는 도그너 라이선스와 예코백, 도그너 조끼와 스카프를 증정합니다. 또 후원사가 제공하는 각종 애완용품이나 사료 등을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개에게만 선물이 주어질뿐 견주에게는 어떤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 반려견 헌혈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 '아임 도그너'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청하면 됩니다.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반려견 수혈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헌혈견협회에 등록된 헌혈견의 숫자는 현재 100여 마리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갈 길이 먼 셈이지요. 한국헌혈견협회는 국내 대형견은 10만 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대형견 3600마리 정도가 1년에 한 번만 헌혈하면 공혈견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피는 언제나 모자랍니다. 사람도, 개도 헌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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