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재 서울대 교수팀 연구 발표
-한국만 권장하는 유아용 '회전법'
-세균막 제거 효과 거의 없어
-10초 이상 지속해도 비슷
-부위별 사선·수평 함께 사용해야
-반대 손으로 한 번 더 닦으면 좋아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잇몸에서 치아 쪽으로 쓸어내리듯 닦으세요."
대학생 이지윤(23)씨는 어릴 때부터 배운 방식대로 칫솔질을 하고 있지만 종종 충치를 앓고 있다. '333 방식(하루 3번·식후 3분 안에·3분씩 칫솔질)'의 양치질에도 자꾸 이가 썩어 치과를 찾았지만 같은 칫솔질 방법을 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씨가 사용하는 회전법은 칫솔모를 45도 기울인 상태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밀착 시켜 치아 표면에 원을 그리듯 닦는 양치법이다.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손목을 돌려 5~7회 칫솔질하는 회전법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권장되는 양치법이다. 실제로 대한예방치과학회 등 전문가들은 잇몸까지 관리할 수 있는 양치법으로 회전법이 가장 효과적인 양치법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치아 바깥 면과 안쪽 면을 가장 꼼꼼히 칫솔질하는 방법인 만큼 치아 세균을 없애기에 가장 좋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씨처럼 회전법을 사용하고도 충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칫솔질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회전법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 양치법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치은연(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를 청결하게 하는 데 용이한 '바스법', '스크러빙법' 등 수평 동작을 권하는 반면 한국은 평평한 면을 닦는 데 용이한 회전법을 주로 교육한다"며 "하지만 회전법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정석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운 데다 치아 세균막 제거 효과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닦느니 못한 회전법=회전법이 다른 양치법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팀이 발표한 '칫솔질 방법 간 치면 세균막 제거 효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회전 동작, 수직 동작, 수평 동작, 원 그리기 동작, 사선 동작 등 5가지 양치법 중 회전 동작의 세균막 제거 효과가 가장 낮았다.
연구팀이 만 19~30세 성인 남녀 30명에게 평상시처럼 칫솔질을 할 것을 요구하고 촬영한 결과 회전 동작(2.44)을 했을 때 세균막 지수가 가장 높았다. 이는 이를 닦지 않았을 때(2.52)와 유사한 수준이다. 사선 동작으로 칫솔질을 한 곳의 세균막 지수는 1.74로 가장 낮았다. 이어 원 그리기 동작(1.85), 수평 동작(2.06), 수직 동작(2.24)의 순이었다.
회전법으로 이를 오래 닦아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를 10초 이상 닦을 경우 회전 동작을 제외한 4가지 방법을 적용했을 때 세균막 지수가 낮아졌다. 조 교수는 "회전법은 다른 칫솔질 방법보다 치아 세균막 감소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회전법을 권장하거나 교육하는 것은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위별로 다양한 양치법 써야=어느 한 가지 칫솔질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여러 방법을 섞어 쓰는 게 좋다. 즉 회전 동작, 수직 동작과 같이 상하로만 움직이는 칫솔질만 하기보다는 부위별로 수평 동작, 사선 동작, 원 그리기 동작과 같이 좌우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동작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조 교수는 "한 연구에서는 회전법을 권장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도 회전법만 획일적으로 추천할 것이 아니라 각 칫솔질 방법의 치면 세균막 제거 효율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 치주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칫솔질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칫솔질 방법으로는 와타나베법과 바스법, 폰즈법 등이 있다. 와타나베법은 칫솔모를 위로 향한 후 30도 각을 만들어 음식물을 칫솔모로 이쑤시개처럼 밀어내는 방식이다. 치아 사이 음식물 제거에 효과적이며 잇몸 마사지 효과도 있어 만성 치주염에도 도움이 된다.
바스법은 치아 옆면과 45도가 되도록 강모단을 삽입하고 수평으로 닦는 방법이다. 이와 잇몸 사이에 낀 플라크가 효과적으로 제거되고 잇몸 마사지 효과까지 있어 치주염 완화에 좋다. 또 가벼운 잇몸 질환이 있는 경우 1~2개월 동안 바스법으로 칫솔질하면 잇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피도 잘 나지 않는다.
폰즈법은 아래위 치아를 다문 채 칫솔모를 치아에 직각으로 대고 넓게 원을 그리듯이 빙글빙글 문지르는 방식이다. 완전한 치아 세균막 제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칫솔질이 서툰 유아의 양치법으로 권장된다.
반대쪽 손으로 한 번 더 양치하는 방법은 효율성을 높인다. 한 손으로만 양치질할 경우 미처 닦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원스톱협진센터 치주과 교수는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 어금니 끝부분까지 꼼꼼히 닦기 어려워 번거롭더라도 왼손으로 한 번 더 닦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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