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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갤러리산책] 30주년 금호미술관, 100년 전 獨바우하우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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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근대건축·디자인 운동…산업과 예술의 결합 시도 의의
'ㄷ'자 형태 캔틸레버 의자 눈길…내년 2월까지 120여점 전시

[박병희의 갤러리산책] 30주년 금호미술관, 100년 전 獨바우하우스 조명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시 전경 [사진= 금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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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00년 전 독일 바이마르에서 새로운 근대 건축과 디자인 운동이 시작됐다. 1919년 세계 최초의 건축·미술 전문학교 바우하우스(Bauhaus)가 설립되면서부터다.


금호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100년 전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살펴보는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시를 내년 2월2일까지 한다. 마르셀 브로이어,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빌헬름 바겐펠트 등 바우하우스 작가들의 오리지널 디자인 작품 60여점에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오늘날 유럽ㆍ미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해 약 120점을 전시한다.


바우하우스는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했다. 바우하우스는 나치의 탄압으로 1933년까지만 운영됐다. 14년이라는 짧은 기간 바우하우스가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의 폐허 위에서 인간과 삶을 생각하며 새로운 가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바우하우스라는 명칭 자체에 새로운 재건의 의미가 담겼다. 바우하우스는 독일어 '짓다(bau)'와 '건물(haus)'을 합친 단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우선 의자가 많이 눈에 띈다. 나무로만 만든 의자도 있고 강철관과 나무를 조합해 만든 의자도 있다. 강철관을 'ㄷ'자 형태로 구부린 의자를 '캔틸레버(Cantilever)' 의자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 의자는 브로이어가 자전거 핸들의 구부러진 형태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브로이어는 캔틸레버 의자를 통해 의자의 다리는 네 개여야 한다는 통념을 깼다. 또 강철관을 소재로 활용해 단순하지만 튼튼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의자를 만들었다.


김희원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자를 만드는 재료는 나무뿐이었고 화려한 장식성이 강조됐다"면서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은 전쟁으로 궁핍해진 상황에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예술가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더 합리적이고 생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용성을 추구했다"고 했다.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이 장식성을 혐오했음은 마리안 브란트가 만든 탁상시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브란트는 숫자를 없애고 간단한 선 열두 개로 시계를 만들었다. 숫자조차 장식이며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겐펠트는 내열 유리를 사용해 오늘날 '락앤락'처럼 겹쳐 보관할 수 있는 저장용기를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생활용품들이 이미 100년 전 바우하우스에서 고안돼 시도됐다.

[박병희의 갤러리산책] 30주년 금호미술관, 100년 전 獨바우하우스 조명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시 전경 [사진= 금호미술관 제공]

김희원 큐레이터는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바우하우스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 브로이어는 비슷한 시기에 가스배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캔틸레버 의자를 만든 네덜란드 건축가 마크 스탐과 특허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김희원 큐레이터는 "당시 전쟁의 폐허 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면서 "특히 바우하우스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초로 산업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도 바우하우스가 남긴 유산이다.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는 바우하우스의 강사였다. 칸딘스키는 1922년부터 바우하우스가 폐교될 때까지 필수 과목인 조형이론과 선택 과목인 자유 회화를 가르쳤다.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은 바우하우스가 폐교된 뒤 해외로 망명해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계속 전파해갔다. 설립자 그로피우스는 하버드 대학에 초빙돼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3대 교장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도 미국 일리노이 공과 대학의 교수에 취임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29일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바우하우스'가 개봉한다. 영화는 바우하우스에 모인 예술가들이 1차 세계대전으로 망가진 몸과 영혼을 추스를 공간을 꿈꾸었다고 설명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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