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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출산/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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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구(火口)가 열리고


어머니가 나왔다

분쇄사의 손을 거친 어머니는


작은 오동나무 함에 담겨 있었다

함은 뜨거웠다


어머니를 받아 안았다


갓 태어난 어머니가


목 없이 잔뜩 으깨어진 채


내 품 안에서


응애, 첫울음을 터트렸다


[오후 한 詩]출산/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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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이 시를 읽고 있는 나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기에 시인의 저 한없을 슬픔을 함부로 헤아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가끔 뵐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만 가는 어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보면 마냥 죄스럽고 안타깝기만 해 지면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한편으로 또 희한하게도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갈수록 해사해져서 자꾸 다정해져서 두 분이서 손잡고 길을 걷고 있는 걸 보면 초등학교 아이들만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저러다 기억도 다 잊어버리고 말도 그만 잊어버리고 "응애"하고 울음이나 터트리면 어쩌나 걱정도 좀 되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또한 이 세상에서 처음 마중 나와 지금껏 나를 기르신 분들이지 않은가. '봉양(奉養)'은 말 뜻 그대로 옮기자면 받들어 기르는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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