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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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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어머님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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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자신을 10개월간 뱃속에 품었다가 세상에 낳아 준 엄마라는 호칭을 가장 먼저 배웁니다. 그리고 나서 세상의 명칭을 비로소 하나하나 배워 갑니다. 아직 혀의 놀림이 서툴러 젖 먹던 시절의 웅얼거림을 옹알이라고 하는데 엄마·아빠는 옹알이 호칭입니다. 뱃속에서 오직 귀로만 세상과 통교(通交)하다 태어나 눈이 떠지고 밝아지면서 드디어 어머니와 눈을 마주칩니다. 입에 젖을 물고 바라보는 어머니와의 눈망울과의 대화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이때는 오로지 어머니와 눈으로 의사 전달이 이뤄지기에 자주 그리고 오래도록 눈을 마주쳐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집중력이 길러지며 어머니의 의식세계가 아기에게 연결됩니다.


어머니와의 의식세계가 연결되면서 아기의 뇌는 가히 폭발적 발전을 합니다. 눈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의 지적 의식 수준이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됩니다. 인간 개개인의 지적 성장에 정말로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아는 7세, 남아는 8세까지 뇌세포가 가장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반드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잠도 자야 합니다. 아직 어머니의 정신적 태중에 머물며 보호받고 그 기운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 남아는 이제 바깥 사랑채로 옮겨 아버지와 잠을 자며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을 바꿉니다. 여아들도 엄마에서 자연스럽게 어머니로 부모의 호칭을 바꿉니다. 이 시기는 젖니가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와도 거의 맞물려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간 가정 내에서 이뤄지던 교육의 장이 외부로 확대되는 시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성인식을 거치고 가정을 이루면서 어머니·아버지에서 어머님·아버님이라는 존칭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부모에 대한 호칭도 인간이 자라고 성장하면서 그 지적 신체적 성숙도에 따라 달리한 우리 민족입니다. 섬세한 감성과 성찰의 삶이 이뤄낸 소중한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아빠라는 옹알이만 있고 어머니·아버지, 어머님·아버님이라는 애정과 존경심이 듬뿍 담긴 호칭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을 유아기의 옹알이인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한 세대를 먼저 사신 어른에 대한 존중과 공대가 사라지고 반말이 일반화 됩니다. 반말이 일상화되면 윤리와 도덕이 아닌 힘과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급격한 쏠림이 두드러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말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공대말이 다른 어느 나라 말보다 섬세하게 발달돼 있습니다. 이는 사실, 우리 민족의 심성이 선하고 그 감성이 섬세해 가장 차원 높은 삶을 지향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돼서도 부모님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면 전후 세대가 평생 엄마 아빠의 젖먹이 기운과 차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류 공동체의 출발점이 부부가 이뤄내는 가정입니다. 그 가정에서 교육이 비롯되며 그 가정의 분위기가 결국 국가와 인류 문명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가정에서 도덕과 예로써 생활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좋은 풍속이 견고하게 뿌리를 내립니다. 세대는 연결고리입니다. 인류 공동체가 바른 미래를 향해 진보할 수 있도록 휼륭한 가치를 계승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의 말과 글의 우수성을 알고 세계가 배우려고들 하는 마당에 정작 그 가치를 모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외래문화의 질은 따지지 않고 압도적 규모에만 매몰돼 우리 것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세상입니다. 인류 문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은 온고(溫故)해서 새로운 가치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김덕수(정산 鼎山)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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