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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쌓기 비용 생각하면 대기업 포기못해"…高스펙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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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원 쏠림·취준생 상향평준화…"스펙 보다 직무역량 고려해야"

"스펙쌓기 비용 생각하면 대기업 포기못해"…高스펙자 딜레마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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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학 4년, 어학연수 1년, 수십 번 응시한 어학과 자격증 시험에 들인 시간과 노력, 비용을 생각하면 대기업(지원)을 포기할 수 없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지 2년이 된 박 모씨(27)는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영어영문학과와 경영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하고 1년의 어학연수 경험도 있다. 토익 점수 850점대, 토익 스피킹 레벨 6, 2개의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갖고 있다. 박 씨는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주요 대기업 위주로 지원하다 보니 1차(서류)전형부터 떨어지기 일쑤”라고 했다.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중소기업에는 지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투자비용을 회수하고자 하는 보상 심리 때문이다.


박 씨 뿐 아니라 많은 취준생들은 스펙 쌓기에 상당한 시간과 돈은 들인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연간 669만원이다. 평균 입학금 57만원을 포함해 4년 학비를 환산하면 2700만원이 넘는다. 또 4년제 대학생들이 연 평균 9번의 토익 시험을 응시하는데 회당 4만45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40만원이 든다. 어학연수 비용도 유학원 4곳에서 제시한 금액(용돈 제외)은 미국 기준 연 평균 1900만원 가량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취준생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은 약 13개월인데 이 기간 동안 소요되는 비용(생활비, 주거비 제외)은 평균 384만원이다.

이처럼 취업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취준생들은 대기업을 희망하는 경향이 크다. 취준생들이 희망하는 초임 평균 연봉은 3464만원이다. 대기업 신입 초임연봉이 평균 3855만원이고 중소기업이 2523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희망 연봉을 받으려면 대기업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기업 쏠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회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취업 경쟁률은 38.5대 1인데 반해 300인 미만인 기업은 5.8대 1 수준이었다.


또 취준생들의 능력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점도 취업률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학진학률이 70%에 육박하면서 ‘대졸자는 고학력’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무작위한 스펙 쌓기 열풍이 몰아쳤고 그 결과 고학점, 높은 어학점수, 다양한 자격증 등은 기본 스펙이 됐다.


대기업 합격자들의 평균 스펙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인 KT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하반기 공채합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어학 성적을 제출했고 평균 토익 점수는 850점이다.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에 3.6점, 직무 관련 자격증을 가진 합격자는 10명 중 4.6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대기업 입사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취준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취준생 신 씨(29)는 올해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수십 군데에 면접을 봤지만 최종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 씨는 “전공을 살리기 위해 제약바이오 회사 연구직에 지원했지만 석사 출신을 우대하는 탓에 번번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유명 제약회사 관계자는 “회사에 일하고 있는 연구원 대부분이 석·박사 출신이고 지원자들도 석·박사 출신인 경우가 많다”며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컨설팅 전문가는 “고학력, 고스펙 취준생들일수록 스펙 쌓기에만 몰두해 현장에 필요한 직무역량은 무시하고 스펙으로만 승부를 보려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공부하고 취업을 전략을 잘 세운다면 고스펙자가 취업시장에서 표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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