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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이렇게 추운데 기후 조작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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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이렇게 추운데 기후 조작하면 안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4일(현지시간) 제공한 사진. 거대한 겨울폭풍이 미국 해안을 따라 북동부 지역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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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구촌의 기상 이변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화성까지 무인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한파는 못 잡는 걸까요? 기후 조작을 통해 좀 덜 춥게 할 수는 없을까요?

헐리우드 영화 '투모로우'의 배경이었던 뉴욕에 체감온도 영하 7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몰아치면서 영화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고 믿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영화 '지오스톰'의 영향으로 현대인들은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의 경계를 잃은 듯 무엇이든 조종(?)할 수 있다는 망상을 품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지오스톰의 줄거리를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속출하자 국제사회가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세계에서 토네이도와 쓰나미, 화산 폭발 등 엄청난 재앙이 닥치고, 인류는 위기에 처합니다.

[과학을 읽다]이렇게 추운데 기후 조작하면 안돼? 영화 '지오스톰' 스틸 컷 [사진출처=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에서 처럼 기후를 조종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적 상상력일 뿐 실제로 기후를 조작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지적인 기상(날씨) 조작은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합니다.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대기 현상의 평균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시로 변화하는 순간적인 대기 현상을 말하는 기상이나 날씨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기후 변화의 원인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태양 에너지의 변동, 지구 자전의 변화, 외부 행성의 움직임 등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 조절할 수 없는 절대적 요인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처럼 기후 조작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국지적인 기상(날씨) 정도는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상 변화 기술은 안개 제거, 우박 제어, 태풍 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기술은 인공강우입니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인공적으로 물질을 첨가하면서 비나 눈을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항공기나 로켓 등을 이용해 구름 내부에 요오드화은(AgI) 같은 화학물질을 살포하면 화학물질은 구름씨(cloud seeding)가 돼 주변의 수증기를 모아 무거워지면서 비가 되는 것입니다.


인공강우는 가뭄 해결과 미세먼지 해결, 대기 중의 수증기를 소모 시켜 태풍의 피해를 약화 시키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인공강우 기술을 가장 많이 활용한 나라로 손꼽힙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당시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올림픽 개막 한 달 전부터 로켓발사대 5000대, 대포 7000문과 5만3000명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강우 팀'을 가동했습니다.

[과학을 읽다]이렇게 추운데 기후 조작하면 안돼? 항공기로 요오드 결정체 등을 뿌려 기상을 변화 시키는 인공강우 실행 모습[사진출처=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한 달에 걸쳐 베이징 상공에 화학물질을 담은 대포를 발사해 매연과 미세먼지를 씻어낼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베이징이라는 거대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인공강우가 시도된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랴오닝성(遼寧省)이 6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자 인근 360㎢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6월 27일 인공강우를 통해 내린 비의 양은 모두 8억 톤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경기도 전체에 50㎜의 비가 내린 것과 맞먹는 양으로 인공강우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돈이 드는 반면, 그 효과는 길어야 반나절에 그친다는 데 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날씨 조절을 위해 무려 18조 원이나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살포된 화학물질의 부작용과 다른 지역에 내릴 비를 끌어다 쓴 영향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아 문제시 되기도 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37개국에서 150여개 이상의 날씨 변경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가끔 인공강우를 활용하지만 너무 많은 예산이 드는 반면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인공적인 기상 변화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생활에서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은 영화와 다릅니다. 영화처럼 주인공의 활약으로 지구의 자연 재난이 멈춰지진 않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기상 이변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이젠 영화보다 실생활에서 지구의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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